낙농, 원유생산량 소폭 낮아져·양계, AI·살충제계란 파동 몸살

2017년 올 한해 우리나라 축산업은 전반에 걸쳐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를 보냈다.

AI(조류인플루엔자), 청탁금지법, 수입 축산물의 시장잠식 가속화, 살충제 계란 파동, 축산업 관련 규제 강화, 무허가축사 적법화 등 각종 현안들은 축산업을 옥죄며 농가의 시름을 더욱 깊어지게 했다.

올 한해 축종별 주요 상황을 정리했다.

■ 한우

한우산업계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송아지 품귀현상으로 인한 가격 폭등, 구제역 발생으로 가축시장 폐쇄 등이 있었고,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소비부진, 이를 개정하기 위한 한우협회의 대정부활동 등이 이어졌다.

# 송아지가격 상승

올해 한우산업의 이슈 중 하나는 송아지가격 상승이었다. 올해 초부터 들썩이던 송아지가격은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6~7개월령의 송아지 가격은 암송아지 310만5000원, 수송아지 391만7000원을 기록했다. 수송아지 한미리 가격이 400만원에 육박한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농가들이 내놓은 송아지들로 가득 찼던 가축시장이지만 올해는 빈 계류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 번식농가 감소 심화

이는 소규모 번식농가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우 번식을 담당하던 20마리 이하의 한우 번식농가가 올해 9월 기준 5만7646호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비육농가들의 소득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GS&J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올해 비육우 마리당 순수익은 각각 3월 94만원, 6월 79만원, 9월 64만원으로 흑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순수익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육농가들은 높은 가격에도 우사를 비워둘 수만은 없어 값비싼 송아지를 구매하지만, 2년 뒤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김명환 GS&J 농정전략연구원장은 “앞으로도 송아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때 송아지를 입식하게 되면 2년 후 적자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고려해 송아지 입식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청탁금지법 개정 전력

또한 청탁금지법 개정도 한우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였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 개정을 위해 전국한우협회는 전사적인 활동을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국내산 농축수산물에 대해 예외가 필요하다고 공감의 뜻을 밝힌 바 있으며, 이낙연 총리,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국내산 농축수산물의 소비 위축을 인정했다.

이에 지난 11일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기존 3만원·5만원·10만원에서 3만원·5만원(농축수산물은 10만원)·5만원(화환은 10만원)으로 재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에 재상정돼 가결됐다. 이를 두고 한우협회는 국내산 농축산업계의 어려움을 알리게 된 계기로 삼고, 장기적으로는 청탁금지법에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양돈

올해 양돈은 돼지 도축마릿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1650만마리를 웃돌아 1670만마리 수준으로 결산을 맞게 됐다. 이 같은 도축물량 증가와 36만톤이 넘는 수입량에도 불구하고 소비 증가로 돈가는 지난해 탕박 kg당 4600원보다 높은 4900원(추정치)을 나타냈다.

# 하태식 19대 한돈협회장 취임

‘국민과 함께하는 한돈산업’을 슬로건으로 지난 11월 1일 19대 대한한돈협회장에 하태식 회장이 취임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을 겸한 하 회장은 “정부와 국회, 소비자, 유관단체, 학계, 산업계에 이르기까지 한돈 산업과 농가를 둘러싼 모든 주체가 우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대전충남양돈농협 축산물종합유통센터 ‘첫삽’

대전충남양돈농협은 지난 11월 26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천안 제5일반산업단지에 축산물종합유통센터를 착공했다. 이제만 조합장은 총 사업비 1456억원을 투입, 도축·가공·유통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 한돈혁신센터 건립 추진

농가가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선진국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돈혁신센터 건립 기공식이 지난 10월 17일 경남에서 마련됐다.

# 탕박 등급제 정산 정착

농가와 1차 육가공업체간 돼지가격 정산 문제는 지난 12월 11일 박피도축이 중단되면서 연말 주요 이슈가 됐다. 한돈의 품질 향상과 가격 안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등급제 정산 정착이 앞으로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구제역백신 경쟁구도

구제역백신은 기존 메리알사에 더해 긴급백신용이던 아르헨티나산과 러시아산 백신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올해 정식품목 허가를 받아 유통되면서 농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구제역백신 국산화도 탄력을 받아 검역본부는 지난 9월 구제역백신 제조시설 구축 지원사업 대상자를 선정했다.

# 한돈협, 종돈 혈통등록 기관 승인

대한한돈협회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종돈혈통등록 기관으로 승인을 받으면서 등록기관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 향상과 수수료 인하 등 보다 효율적인 종축 개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돈농가의 80%가 가입돼 활용중인 한돈팜스의 일반농가 성적과 연계에 적합한 종돈을 구매해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 낙농

올해 원유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졌으며 원유사용량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결국 큰 변화는 없이 고요한 한해였지만 쿼터값은 몇 달사이 20% 이상 오르내리며 큰 폭의 진폭을 보이는 등 낙농가들의 생산의지와 현장에서의 기온은 그다지 좋지 않았던 해다.

사육마릿수도 소폭 줄어들며 생산가담군 자체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생산량이 줄었다.

# 생산량 소폭 줄어

올해 원유생산량은 전년대비 0.2%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연평균 일원유생산량은 5646톤으로 지난해 5655톤과 비교하면 약 0.2% 줄어든 수치다. 낙농진흥회도 비슷한 수준으로 일평균생산량은 1345톤으로 지난해 1347톤과 비교해 약 0.1% 줄어들었다.

이렇듯 생산량은 소폭 줄어 지난해와 비슷하다. 그러나 생산 가담군은 계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젖소 사육마릿수와 가임암소마릿수 추이를 살펴보면 총 사육마릿수도 올들어 계속 줄었고 가임암소마릿수는 상반기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9월 들면서 큰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9월 젖소 사육마릿수는 전년동기보다 줄어 1세미만은 4.3% 가량, 2세 이상 사육마릿수는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3분기 젖소 도축마릿수는 전년동기보다 1.4%, 평년과 비교하면 12.6% 많은 수준이었는데 이는 살충제 계란으로 위생수준이 강화되면서 능력이 떨어지는 착유소의 도태가 늘어나고 여름철 고온스트레스로 젖소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도축 마릿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 소비량은 제자리

원유사용량도 제자리였다. 원유사용량은 일평균 5292톤으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0.5% 줄어든 수준이었다. 낙농진흥회는 소폭 늘어나 일평균 1294톤을 기록, 지난해보다 3.9%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잉여량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줄기 시작해 지난 7월에는 일평균 62톤을 기록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말 분유재고도 상황은 나아져 평균 9000~1만톤 정도를 기록했다.

■ 양계

올해는 붉은 닭의 해가 무색하게도 유난히 양계업계에 혹독했던 한해였다. AI(조류인플루엔자), 살충제 계란 파동, 치킨 가격 논란, 계열사와 농가간 불공정거래 행위 등 크고 작은 이슈들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 AI 재발로 토착화 우려

지난해부터 이어진 AI(조류인플루엔자)는 지난 4월 4일 기준 37개 시·군에서 닭 27건, 오리 22건, 기타 3건 등 52건이 발생했으며, 살처분마릿수만 946호, 3787만마리에 달했다. 이에 살처분보상금 2291억원과 생계소득안정, 입식융자, 수매 등으로 인해 총 3084억원(추정)의 재정이 소요됐다. 그러나 끝인 줄 알았던 AI의 악몽은 6월 초여름에 다시 재현됐다. 특히 기온이 낮은 겨울철이 아닌 초여름에 발생, 업계에선 우리나라도 AI가 토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같이 상황이 악화되자 ‘AI 백신’에 대한 논의도 뜨겁게 이뤄졌다. 매년 AI가 발생하는 상황인 만큼 기존 살처분 방식으로는 더 이상 AI를 컨트롤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예산에 AI 항원뱅크 구축을 위해 25억원을 반영했다.

국내 AI 발생양상과 백신개발 현황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옳으나 살처분 정책만으로 효과적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농식품부 장관이 관계부처와 협의 후 사용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 살충제 계란 파동…소비 직격타

또한 하반기에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양계업계를 휩쓸었다. 올해 8월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에 오염된 계란이 검출된 것이다. 정부의 전수 조사검사 결과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계란 물량은 전체의 4% 내외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 여파는 작지 않았다.

AI로 인해 한판(계란 30개)에 1만원대까지 치솟았던 계란 가격이 폭락했다. 살충제 계란으로 인해 소비자 10명 가운데 7명이 계란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나 AI 살처분으로 인한 사육마릿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계란 소비자가격은 평년 가격인 5727원을 밑돌았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월 12일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를 표기토록 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양계업계는 이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며 우선적으로 GP센터 및 콜드체인시스템 구축 등 계란 생산·유통과정 전반에 걸친 안전시스템 구축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