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닭띠해가 저물고 있다. 아쉬움과 후회를 가득 안은 채 올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희망을 안고 시작했던 올해 역시 매서운 찬바람이 농어업계에 불어 닥친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농어업계 전 분야를 망라해 고통스럽지 않은 분야가 없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농산물 가격은 끝없이 추락했고, 배추·무 등 일부 과잉 품목은 산지에서 폐기하는 사태도 반복됐다. 이 같은 수급불안에다가 살충제 계란 파동과 GMO(유전자변형농산물) 유채종자 등 식품안전문제로 인한 소비자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해 농어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자연재해도 잇따랐다. 가뭄에 이은 폭우, 우박, 지진, 산불 등 자연재해가 일년 내내 농어업계를 괴롭혔다. 양파와 마늘 등은 생육이 늦어진데다 품위까지 떨어졌으며, 모내기 한 논이 거북등처럼 갈라져 농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는 이제 상시화될 정도로 발생하고 있고, 내년 3월로 다가온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만료는 축산농가들을 옥죄고 있다.

특히 농어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위한 국내 절차가 마무리돼 농어업계의 공분을 샀다. 농어업계는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했으나 정부는 요식행위를 마친 채 한·미 FTA 재협상을 밀어붙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수산분야에서도 바닷모래채취로 인한 어획량 감소,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 등이 어민들의 반발을 샀다. 다행히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바닷모래채취단지의 채취기간 연장 여부를 놓고 시작된 바닷모래채취 논란은 수그러들었고, 정부가 골재수급계획상 바닷모래 비율을 5% 수준까지 감축키로 하면서 한시름 덜었다.

그러나 이 같은 악재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사례들도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됐다. 우선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이에 따른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헌법 개정을 앞두고 농업·농촌 가치를 헌법에 반영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쌀값이 회복된 것은 농심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정부가 수확기 수급안정을 위해 신곡수요 초과 물량 이상 시장격리와 재고관리 대책 등 선제적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한 결과가 시장에 반영돼 80kg 기준 산지쌀값이 15만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농어업계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를 걷어내기에는 부족했다. 지속가능한 농어업을 위한 여건이 아직은 부족한데다 농어업을 통한 농어민들의 소득 또한 요원한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둡고 긴 터널 같았던 정유년 한 해를 잘 버텨준 농어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묵묵히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 낸 농어민들에게 희망의 내일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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