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고 있다. 하루로 말을 하면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노을만 붉게 타는 시점이다. 올 한해 갈무리를 끝내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때이다. 사실 새해를 맞이할 준비도 이미 끝이 났을 시점이다. 어느 송년회에서 “땡큐”라는 건배사를 들었다. 2017년 땡치고, 2018년 큐! 그 건배사의 뜻이라고 한다. 송구영신과 같은 의미다.

올 한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국가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농업계도 그랬다. 그래서 이 때쯤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다사다난한 한해였다고 표현하는 것은 일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특히 해결하지 못하고 해를 넘겨야하는 과제가 많이 있고, 또 새롭게 해결해야할 과제가 올 한 해 동안 돌출됐다는 뜻이 아닐까?

농업계는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이 참 많았다. 지난주 시베리아 강추위가 맹위를 떨친 가운데, 축산농가들은 서울 여의도에 모여 집회를 갖고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 해결을 정부와 국회, 정치권에 촉구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봄부터 절반에 가까운 축산농가가 범법자가 되고, 생업을 잃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 축산업계는 가축질병문제도 여전한 난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이맘때 80kg 한 가마니에 12만 원 대로 폭락했던 쌀값은 다행스럽게 15만 원 대로 올랐지만, 가득한 쌀 재고 때문에 폭탄돌리기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여전한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방향도 정교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농업계가 대선공약으로 요구했고,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으로 들어간 가칭 농특위 설치 문제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아야하는 상황이다. 한·미FTA재협상은 올해 돌출된 새로운 사건이자 난제(難題)이다.

2018년! 새해에는 그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이, 미제(未濟)들이 술술 풀리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해가 바뀌었다고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매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새해를 맞으면서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은 마음가짐과 각오를 새롭게 다지기 때문이다.

서두에 “이미 새해를 맞이할 준비도 끝이 났을 시점”이라고 표현했다. 2018년 계획을 다 세웠을 거라는 의미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는 계획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이봐! 해봤어”라고 되물으면서 실행을 강조했다. 닛산자동차를 위기에서 구해낸 카를로스 곤 르노 회장은 “아이디어는 5%이고 95%는 실행”이라고 강조했다. 계획은 실행할 때만 의미가 있다. 2018년은 실행하는 한 해가 되길.

2018년에 실행해야할 과제 하나를 제안한다.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고령화’이다.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1인 가구’이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539만 7615호나 된다. 1~2인 가구는 전체 가구 1983만 7665호의 52.75%를 점하고 있다. 통계청은 2045년에 1~2인 가구가 1590만 호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1인 가구는 가정에서 요리를 하기보다는 외식에 익숙해져 있고, 설령 가정에서 한 끼를 해결하더라도 HMR(가정간편식)을 애용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문제는 다인가구도 1인 가구 소비행태를 쫓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계는 그동안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을 소포장과 간편화에서 찾았다. 그러나 이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대세인 1인 가구 소비행태는 농업생산 자체를 뒤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정부의 역할이 해법을 찾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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