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박등급제 시행률 2% 불과
도축비 부담…농가·육가공업체 상생방안 찾아야

박피 도축이 지난달 11일 중단된 이후 돼지 거래시 탕박등급제를 놓고 현재 농가와 육가공업체간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피도축이 이미 중단된 상황에서 탕박등급제를 조기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시장상황을 충분히 살펴 탕박지급률제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제기되면서 과연 돼지 탕박등급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탕박등급제 농협계열, 일부 민간만 참여 중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7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도축·유통업계는 탕박등급제 전면 실시하라’는 내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돈협회에 따르면 자체 조사결과 지난 12일 기준으로 등급제 시행 육가공업체가 20%에 불과하고 등급제와 지급률제를 혼합해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20%, 지급률제를 적용하는 업체는 60%로 나타났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박피 중단이 한달이 지나도 농협계열과 일부 민간업체만 MOU 취지대로 등급제 정산을 시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려대로 과반수 이상의 육가공업체가 등급제정산을 외면한 채 지급률제 정산을 강요하고 고착화하려는 퇴행적 현상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돈협회는 특히 성명서를 통해 등급제정산이 한돈산업 발전의 큰 뜻임을 재차 강조하고 정부에는 도축·유통업계를 적극 계도해 줄 것을,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는 MOU 정신을 준수해 등급제정산 확대를 위한 회원사에 대한 조치와 계획을 조속히 밝힐 것을 각각 촉구했다.

# 지역별 등급제 도입에 지속 노력해야

이와 관련해 1차 육가공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는 한돈협회의 성명서 내용과 맥을 같이해 자신들의 입장이 결코 한돈협회와 다르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육류협회는 경남북을 비롯해 전국을 지역별로 순회하며 농가와 육가공업체간 회의를 개최하고 등급제 정착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전충청지역과 전남지역은 빠른 시일내에 양 당사자간 협의후 등급제를 도입키로 했고 서울경기지역도 농가와 육가공 모두 부담이 없는 선에서 등급제 적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김용철 육류유통수출협회장은 “지난달 11일 박피 도축 중단으로 거래 계약이 박피에서 탕박으로 전환중에 있는 가운데 협동조합 및 계열업체는 대부분 등급제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반 육가공업체는 농가측에서 등급제를 원하지 않아 지급률제를 적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 도축비 부담 ‘뇌관’으로 작용 가능성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절식과 돼지고기 품질 제고, 위생·안전성 강화 등 한돈산업의 경쟁력 제고 관점에서 박피도축이 중단된 만큼 조기에 탕박등급제를 정착시켜 그 효과를 배가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탕박등급제 조기 정착을 위해선 풀어야할 과제가 적잖은 가운데 우선 박피에서 탕박으로 바꾼 상황에서 돼지 거래 가격의 변동성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등급제 적용에 따른 절식과 지육률, 인센티브, 패널티 등 각종 규정을 비롯해 출하돼지 구매 지연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도축비 부담이 부각되고 있어 농가·육가공업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등급제 적용시 생체정산이 아닌 지육구매에 따른 부담을 누가, 어느 정도로 질 것인지를 놓고 농가와 육가공업체간 이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원칙적으로 가공업체가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조속한 등급제 정착을 위해선 농가 육가공업체간 5대5, 6대4 등의 비율로 부담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장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등급제 조기 정착이라는 대의를 저버려선 곤란하다는 게 농가와 육가공업체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에 최근 잇따라 개최된 서울경기지역, 대전충청지역 생산자 및 유통업계 간담회에선 빠른 시일내에 지역은 물론 양 협회가 TF를 구성해 탕박전환과 관련해 상생할 수 있는 정착안을 마련, 한돈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암·수·등급별로 세분화한 돼지 등급별 정산프로그램을 생산자, 유통업체 모두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기적으로는 돼지가격 결정에 있어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되 농가와 식육포장처리업, 소비자 등이 함께 수요시장을 사전분석해 주간, 월간 가격 등을 설정한 후 시장에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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