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입을 뗀다는 경칩(驚蟄)이 지나니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지난 겨울은 몹시도 추웠다. 오죽했으면 시베리아 맹추위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축산농가들은 지난겨울 시베리아 맹추위보다도 더 혹독한 추위를 겪었다. 축산단체장들은 벌판에 내동댕이쳐졌다. 이들은 지난 1월 23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1월 29일에는 농성장을 국회 앞으로 확대했고, 급기야 지난 2월 7일 서울 여의도에서 매섭고 매서운 한강바람을 맞으며 삭발을 하고, 단식농성에 들어가야만 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3년 연장을 요구하면서, 그들은 지난 3월 2일 농성장을 걷기까지 장장 39일간 시베리아 맹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막에서 무허가축사 적법화 3년 연장을 요구하며 추운 밤을 지새워야 했다.

축산농가들은 지난달 말일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다. 하지만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가 완전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18개월+알파라는 시간은 벌었지만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는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이 법은 축산농가 목을 계속 조이고 있는 형국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린벨트와 상수원보호구역 등 입지제한구역 내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는 법 개정 이전이나 이후나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입지제한지역 안에 무허가를 보유한 농가는 4100호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농가 중 80%는 당장 오는 25일부터 단속대상으로, 존폐기로에 서게 된다. 입지제한구역 내 축산농가의 축사이전 등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책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축산농가들은 이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왜 무허가 축사 적법화 문제가 반쪽으로 해결됐는지, 여론이 왜 싸늘했는지, 그리고 축산농가 스스로의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한 성찰이다. 축산농가들은 무허가 축사 적법화 신청서를 제출할 때 왜 지자체가 접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는지를 냉철하게 짚어봐야 한다. 왜 지자체가 신청서 접수를 거부했을까? 축산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인 악취문제 때문이라고 하면 틀린 말일까? 축사 주변 주민들은 그동안 악취로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지역적으로 축사를 마을에서 내보내자는 주민들의 요구가 많고, 마을 주민들의 결정과 민원으로 많은 수의 축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축산농가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이 같은 사태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과 무관하게 증폭될 가능성이 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를 읽다보면 중국에서는 관계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축산농가와 경종농가는 자원순환이라는 측면에서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동안 협력과 동반자 관계가 아니라 남처럼 지내왔고, 경원시하는 사이도 많다. 앞으로 펼쳐질 무허가축사 단속도 행정당국에서 두 팔을 걷고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민원에 의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축산농가가 이웃주민과 관계가 나쁘면 일터이자 삶터인 축사의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축산농가가 이웃과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18개월이 무허가축사 농가의 명운을 가른다. 축산농가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만이 아니라 악취문제를 해결하고, 이웃과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서로 같이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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