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최근 세계 식품산업계 최대 이슈의 하나는 기존 축산업의 한계를 의식한 육류대체식품(meat substitutes)시장의 급속한 성장이다.

현재 축산업은 전 세계 토지의 50%, 담수 사용량의 25%,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 등 커다란 비중을 각각 차지함으로써 지구환경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세계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2050년에 약 95억명으로 전망되는 세계인구의 육류소비 증가에 대응하려면 지구의 자원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로 육류생산량을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한 전문조사기관은 육류대체식품의 시장규모가 2015년의 34억7000만달러에서 2020년의 52억달러로 5년간에 약 50%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은 2018년의 46억3000만달러에서 2023년의 64억3000만달러로 연평균 6.8%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육류대체식품시장의 급속한 성장은 무엇보다도 수요측면에서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증가로 육류대체식품을 원하는 소비자층의 확산이 바탕을 이루며 공급측면에서는 새로운 육류대체식품 개발 기업들의 활발한 혁신노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이유로 맛, 건강, 환경, 동물보호 등을 들고 있다. 응답자의 76%가 동물성 단백질 보다 식물성 단백질이 건강에 더 좋으며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함으로써 가공식품을 피하고 체중관리가 쉬워진다는 대답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품목은 식물성재료로 만든 육류, 치즈, 우유 등이다.

2010년대에 들어 세계 식품산업에서 ‘대체단백질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채소와 곡물을 활용해 육류와 똑같은 맛을 내는 식물성 고기와 첨단 생명공학기술로 실험실에서 배양육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기존의 비효율적이며 환경파괴적인 축산시스템과는 다른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면 인류와 지구가 현재의 식품소비를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므로 식물성 대체단백질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빌 게이츠의 말로 대변될 수 있다.

대표적인 식물성고기 제조 식품회사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가 콩과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닭고기는 미국 2000여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최대육류업체인 타이슨푸드로부터 5%의 지분참여와 빌 게이츠, 트위터 공동창업자, 맥도날드 전 CEO, 벤처캐피탈, 식품업체 제너럴밀스 등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패트릭 브라운 스탠포드대학 분자생물학 교수가 2011년에 창업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식품기술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임파시블푸드(Impossible Food)가 감자, 밀, 코코넛추출물 등 식물성재료로 만든 햄버그 패티는 쇠고기보다 단백질함량은 높고 지방과 열량은 낮아 미국 전역 300여개 식당에 12~16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또한 최근 월 450톤 규모의 식물성 쇠고기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한다. 이 기업도 빌 게이츠,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리카싱 청쿵그룹회장 등 거부들의 투자를 받았고 2015년에는 구글로부터 3억달러에 회사인수제안을 받기도 했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지역 대학들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시작된 배양육 분야도 최근에는 벤처기업들의 투자에 힘입어 상업화목표에 상당히 근접하고 있어 쇠고기 패티와 닭고기의 배양육 제품 판매가 2021년부터 이루어질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은 특히 축산여건이 열악하고 먹거리자급력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선진제국들의 연구개발 및 벤처기업활동의 최근 동향과 대응방안에 대해 정부와 연구자, 관련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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