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수도권에 대란(大亂)이 일어났다. 바로 쓰레기 대란이다.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비닐류와 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하면서 수도권 내 아파트단지는 쓰레기가 무더기로 쌓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동안 비닐류와 스티로폼을 수입해 가던 중국이 수입을 중단해서 발생한 사태이다.

쓰레기 대란 사태는 주민들의 원성 속에 지자체가 중재에 나서면서 진정됐다. 하지만 사태가 말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는 쓰레기 수거업체의 경영난도 한 가지 요인으로 작용을 했지만, 중국의 비닐류와 스티로폼 등 재활용품 수입 중단이라는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소각이라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엄청난 오염 발생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뒤따른다. 때문에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폭탄돌리기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수입중단으로 발생한 쓰레기 대란은 단지 수도권 아파트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도시든 농촌이든 하루라도 비닐류와 스티로폼을 접하지 않고 보내기 어렵다. 비닐류와 스티로폼은 우리 생활과 그만큼 밀접하다. 택배문화가 발전하면서 비닐류와 스티로폼 활용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신선 농축산물 택배는 스티로폼 상자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쓰레기는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도시 주부들에게는 짜증나는 대상이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는 D사의 분석에 의하면 주부들이 가정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은 ‘쓰레기 버리기’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요즘 유행하는 HMR(가정간편식)을 이용할 때도 쓰레기 발생이 가장 적은 것을 선호한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여기에다 수거업체가 비닐류와 스티로폼을 가져가지 않게 된다면 주부들의 행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쪽으로 소비행태를 급격하게 변화시킬 게 뻔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쓰레기 문제는 아파트단지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신선농축수산물 택배에 꼭 필요한 스티로폼 수거가 중단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농어민과 도시소비자 간 직거래가 급격하게 위축되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가구구조는 1~2인 가구가 대세다. 이들 가구는 가정에서 요리를 해 먹기보다는 외식을 선호하는 소비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외식산업은 국산 농축수산물보다는 수입 농축수산물을 식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행태를 보여준다. 1~2인 가구 증가로 국내 농축수산물 소비마저 위축되는 상황에서 쓰레기 대란으로 농어민과 도시소비자 간 직거래마저 중단될 우려가 높다.

몇 년 전 농산물 과대포장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때는 과대포장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소비자 부담을 과중시키고, 쓰레기도 더 많이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이후 과대포장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스티로폼 포장은 날로 복잡해져서 그 포장을 스티로폼으로 버려야할지, 아니면 종이로 버려할지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접하게 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에 농축수산물 산지와 유통업체, 물류업체들은 포장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미리미리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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