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도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성과관리팀장

농사짓기가 많이들 좋아졌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적에 논이나 밭에 물기(수분)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려면 주로 경험에 의존해왔다. 손으로 흙을 만져봐서 물기가 적당한지 아닌지를 가늠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센서를 이용한 ‘수분측정기’로 빠르고 정확하게 토양 속 수분농도를 알 수 있다.

사과나 배, 수박 등 과일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많이 편해졌다. 과거와 같이 과일이 얼마나 단지, 또 언제 수확해야 하는지 고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근적외선의 파장 차이를 이용해 당도를 측정할 수 있는 ‘당도측정기’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당도가 거의 일정한 과일들을 일정한 시기에 수확, 팔 수 있게 됐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국유특허나 민간이 보유한 특허기술을 이용해 기술사업화를 하려는 농민이나 농산업체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1만여 건의 특허기술들을 필요로 하는 농산업체에 신속하게 이전시키고 사업화를 돕는다. 그런 까닭에 현장의 목소리와 고객의 의견을 듣기 위해 기술이전업체를 자주 방문한다. 현장에는 항상 수많은 애로사항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요구다.

다들 알고 있지만 요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들로 차고 넘친다. 어떻게 매일 새로운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을까. 자세히 뜯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융복합’이다. 과거에 있었던 몇 가지 기술들을 서로 묶거나, 새롭게 해석하거나, 혹은 전혀 다른 것끼리 엮어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나 기술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글머리에서 사례로 든 센서기술은 이제 스마트 팜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기술이다. 그 동안 센서를 이용한 기술들은 대부분 전자산업에 국한돼 사용됐다. 그러나 융복합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시장창출에 대한 욕구는 빛, 온도, 습도 등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이 정보들을 프로그램화된 시스템에 연결, 온실을 최적화 시켜주는 기술로 변신했다. 당도측정기도 마찬가지다. 분광분석기술은 색차계나 광학산업에 국한돼 사용됐지만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한 당도측정기는 과일을 자르지 않고도 품질과 수확시기를 알 수 있게 해줬다.

이처럼 농업에서도 전기, 전자, ICT 등 다른 산업 분야의 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기술을 개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산업 분야의 기술을 적용, 혁신하는 것도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과 산업 간의 경계를 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정보나 제도적으로 제한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협력과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기술사업화에 성공하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기술과 산업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간 혹은 기술 간의 경계를 넘어 융복합하다 보면 과거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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