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헌 건국대학교 교수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
절대빈곤에 시달리며 지지리도 못 살던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난에 찌들어 울며 넘던 보릿고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1960~1970년대 그 시절에 한 맺혀 부르던 노래가 오늘 추억 속에 새삼 그리워진다. 당시에 잘 살아보자고 목 놓아 노래 부르던 것은 호화빌라에서 산해진미를 즐기며 고급 승용차를 굴리고 명품을 휘감고 사는 것을 꿈꾸는 것이 아니었으며 단지 하루하루 배곯지 않고 따뜻하게 사는 순박한 삶이었던 것이다. 이제 먹고 살만하니 사람들이 그 시절을 망각한 것인지 아니면 의식적으로 잊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량과 음식에 대한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어 우리 후손들이 언젠가 다시 눈물 흘리며 부를 노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우리의 식량은 곡물 위주의 식물성 식량에서 점차 축산물과 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동물성 식량이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어 머지않아 동물성 식량의 중요성이 식물성 식량을 앞설 것으로 내다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397만 2000톤으로 2016년 대비 5.3% 줄었고 국민 1인당 쌀 소비량도 61.8kg으로 0.2% 감소했으며 기타 곡물을 포함해도 70.9kg에 불과하다. 주식인 쌀 소비량이 일본처럼 50kg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이에 반해 동물성 식량인 축산물의 지난해 국민1인당 소비량은 쇠고기 11.5kg, 돼지고기 24.5kg, 닭고기 13.6kg, 오리고기 1.5kg, 계란 11.4kg, 원유 81.7kg 등 총 144.2kg으로 지속적인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 수산물은 2016년 기준 국민1인당 소비량이 58.4kg으로 나타나 동물성 식량의 중요성을 반증해 주고 있다. 정부나 국민 모두가 식량의 개념을 올바로 이해하고 미래를 위한 식량안보 지도를 그려내야 할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자도 이를 골똘히 생각하고 미래를 위한 올바른 방향 제시를 하고 있지 못하다. 돈만 있으면 식량을 무한정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심각한 경제산업 중심의 자본주의 오류를 씻어 내지 못하면 생명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무시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식량자급률은 멈출 줄 모르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남한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한반도에 대한 평화와 번영이 그려지는 중차대한 시기에 식량안보를 생각하며 ‘남북한식량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의 경우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해 국제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경무역과 ‘장마당(북한의 비공식 시장)’이 허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북한이 남한보다 국민소득이 높았던 시절 김일성주석은 북한인민들에게 ‘이밥(쌀밥)에 소고기국을 매일 먹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 남한에서 가축분뇨를 기반으로 한 유기성 퇴비자원의 대북제공을 통한 북한 토양개량과 식량 증산 그리고 남은 음식물사료를 이용한 자원순환축산을 통해 대북 동물성 식량 제공과 일자리 창출 등은 당장에도 실현 가능하고 남한의 환경문제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점진적으로 남북한의 지형과 생육환경 특성에 따라 적합한 ‘한반도식량안보지도’를 그리고 ‘남북한식량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면 사회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한 큰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무역개방에 따라 불안정한 국내 식량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켜내 식량안보를 담보할 수 있도록 ‘한반도의 봄’을 잘 활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풍성한 가을 결실이 거둬 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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