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자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농정 철학 및 기조의 근본적 변화를 강조해 농업계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농업·농촌의 위기는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한 잘못된 농정 때문이라고 지적,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겠다고 밝혀 농정이념의 변화를 예상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농정의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농정공약 가운데 핵심 과제들이 슬그머니 빠지거나 본말이 전도된 흔적, 완곡한 표현으로 바뀐 사례도 속속 드러났다.

대통령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를 비롯해 쌀 목표가격 인상 등 쌀 산업보호, 공익형 직불제 확대, 농민복지 강화, 농산물유통체계 개선, 농어업회의소 설치 등 농정공약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마련된 국정과제로 옮겨 오면서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농산물유통체계 개선이 사라지고, 단계적으로 직불제를 개편하기로 한 것, 스마트농업 등 새로운 과제 설정 등이 그것이다. 농업계의 숙원이랄 수 있는 대통령직속 농어업특별기구는 요원하기만 하고, 농어업회의소 설치 또한 하세월이다.

물론 선거공약에는 표를 의식한 선심성이 적지 않은 만큼 공약으로 제시된 사항들이 새 정부 국정운영 청사진에 모두 담길 수는 없고,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농정의 방향과 목표까지 가늠해 볼 수 없는 상황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방선거로 인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업비서관 공석이 두 달여 동안 지속되는 상황은 최악이다. 새 정부의 농정철학과 이념을 토대로 농정방향을 세우고,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설정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농정의 투톱이 모두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례를 볼 때 전 농식품부 장관 시절 설치된 농정개혁위원회가 논의중인 농정의 밑그림을 새 장관이 이어받을지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아 새 정부 농정의 시작도 안개속에 가려져 있다.

그나마 쌀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AI(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 등 축산질병의 조기진화, 공약 중 하나인 과일급식 시행 등으로 위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안위주의 단기대책에 지나지 않는다.

새 정부 농정이 그려야 할 그림은 당초 대선공약에서 밝혔듯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한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현안위주의 단기대책과 중장기대책을 이분법적 사고로 생각해서도 안되고, 효율과 경쟁의 틀 역시 걷어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농정 1년이 지났다. 더 늦기 전에 농정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고,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과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농민의 기대와 염원을 담은 공약을 되돌아보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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