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살만한 공간' 농촌으로… 농촌으로…
옥상·베란다텃밭 가꾸며 도심속 '농촌생활' 홀릭

산업혁명 이후 많은 이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했다. 새로운 일자리와 풍요로움이 넘치는 도시의 마천루는 마치 산업 발달의 상징과도 같았다. 도시가 고도화되는 동안 농촌은 젊은 인구의 지속적인 유출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마주하게 됐다.

하지만 영원히 극단으로만 치달을 것 같았던 이러한 ‘이촌향도(移村向都)’의 흐름에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도심에서는 텃밭이나 정원을 가꾸고 있는가 하면 도시에서의 지친 삶을 뒤로 하고 농촌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반면 농촌은 더 이상 낙후와 경제·문화적 소외 지역이 아닌 삶의 여유와 휴식의 공간이자 정이 넘치는 ‘살만한’ 삶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인구의 귀농과 창농 증가는 농업·농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도시와 농촌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살펴보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성장·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봤다. <편집자 주>

1960년대 우리나라 인구의 56.9%를 차지하던 농가인구는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해 1995년 전체 인구의 10%수준으로 추락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모두가 ‘도시로, 도시로’ 모여든 것이다. 경제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정부주도로 이뤄진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가 성장하는 동안 농업과 농촌이 소외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결과 인구의 양극화가 심해졌으며 도시에서는 과도한 인구밀집으로 주거 공간과 일자리 부족이라는 폐해를 낳았으며 삼포세대, N포세대를 넘어서 칠포세대를 양산했다.

도시민이 끊임없는 경쟁을 강요당하는 동안 농촌에서는 인구부족과 고령화에 따른 인력문제, 복지·문화적 소외 등을 겪었다. 도시에서의 삶이나 농촌에서의 삶 모두 상대적 박탈감이 가득한 양극화가 진행된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도시에서 농촌의 삶을, 농촌에서 도시수준의 풍요로움을 조화롭게 향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 이촌향도에서 이도향촌으로

몇 해 전 한 문화평론가는 ‘이촌향도의 시대가 이도향촌(移都向村)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최근 시대 흐름을 진단했다. 산업화와 지나친 경쟁 중심의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이 ‘여유’와 ‘정’이 넘치는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귀농가구원은 2만559명(귀농인 1만3019명, 동반가구원 7540명)이었으며 귀촌인은 47만5489명(귀촌가구주 32만2508명, 동반가구원 15만2981명)으로 5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이 전체의 50.1%(귀농 25.8%, 귀촌 51.2%)에 달해 농업·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농촌의 인구감소, 고령화 등에 대한 문제인식으로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서는 청년농업인의 영농정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도 실시되고 있다. 미래의 농업·농촌을 이끌 역량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농업과 관련한 창업을 하며 터를 잡는 이유는 농업·농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도시에 나갔던 농업인 자녀들의 일부가 가업을 잇기 위해 돌아오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농촌에서 농업으로 소위 말하는 ‘성공’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강선아 청년농업인연합회장은 “청년농업인연합회에 모인 40세 미만 청년농업인들은 농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고, 직접 판로를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는 등 꿈을 위해 스스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 도심에서 즐기는 도시농업 ‘각광’

도시에서 농촌으로 생활터전을 옮기지는 않았지만 도심에서 농업·농촌을 만끽하는 이들도 증가세다.

2000년대 초 주말농장이 각광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도시 근교에서 텃밭을 가꾸며 ‘자급자족’의 생활을 즐겼다. 이후 소규모(1000㎡이하) 땅을 주말농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주말농장 붐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도시농업에 대한 개념도 도입됐다. 도심에서 베란다나 옥상 등의 공간을 활용해 텃밭을 가꾸며 소소하게나마 농사를 지으며 땀 흘리고, 작물을 재배하는 기쁨과 수확의 보람을 즐기고 직접 키운 작물로 음식을 만들며 도심 속 농촌생활을 만끽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도시농업의 매력과 가치’ 리포트에 따르면 인류 역사 속에서 농업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도시가 산업화 이후 분리됐다. 그러다가 농업이 최근 아파트 베란다 텃밭, 도시농장, 옥상텃밭 등의 모습으로 다시 도시에 들어오고 있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체험함으로써 기력을 회복하고 심리적 휴식과 안정감을 얻는다는 국내외 연구결과를 통해 설명됐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서도 지난해 도시농업 인구는 189만4000명으로 집계돼 전년대비 18.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과 비교해 12.4배나 늘어난 것으로 올해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매년 도시농업과 관련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도시농업 관련 조례를 만든 지자체는 지난해 기준 89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2016년 기준 도시농업공동체수가 246곳, 도시농업 관련 연구단체가 37곳이나 되는 등 큰 관심 속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불편하지 않은 농촌 만들기 ‘주력’

이처럼 도시가 바뀌는 동안 농촌은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됐다. 농촌에서의 삶이 ‘불편하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함이다.

시내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지역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명 ‘100원 택시’가 도입돼 큰 호응을 얻었다. 전화 한통이면 택시가 와서 단돈 100원에 인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준다. 부족한 택시비는 지자체에서 보조한다. 이는 각 지자체별로 마중택시, 희망택시, 따복 택시, 보물섬 행복택시, 마실 택시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며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전개된다. 오래된 집을 수리하는 것은 물론 폐가를 복원해 제공하는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으며 농어촌 공공도서관 건립 지원, 지방테마과학관 건립 지원, 농어촌 복합체육시설 조성 지원 등도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에 기반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경우 농촌으로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늘고 있다. 농업인 행복버스를 통한 의료봉사, 장수사진 촬영, 문화공연 등이 도서·산간 오지 등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농촌 지역의 문화공간 조성과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노력이 농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농어촌희망재단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활동과 여가를 지원하기 위해서 농번기 주말돌봄방 등도 운영 중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2018~2022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촌 조성’을 목표로 읍 소재 중심지 100곳을 조성해 배후마을에 대한 서비스를 전달하고, 500곳 규모의 면 소재 기초생활거점을 중심으로 의료, 우편 등 기초서비스를 제공토록 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농촌특화형 복지서비스 확충을 위해 소규모 어린이집을 지난해 34곳에서 2022년까지 45곳으로 확대하고 영유아 혼합반 운영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는 등 지속적인 농업·농촌 정주여건 개선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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