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농축산물 무역 적자가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범람하는 수입 축산물과 그야말로 혈투를 벌이던 축산업계에 ‘비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농협중앙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78억29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수출액은 68억5200만달러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무역수지는 71억8800만달러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더욱이 문제는 수입액은 증가하는 반면 수출액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2016년 68억5200달러 대비 14.3% 증가했지만 수출액은 전년 7억1600만달러보다 10.5% 감소했다.

이 가운데 축산물의 피해는 더욱 두드러진다. 쇠고기 수입량은 한·미 발효 전보다 205.2% 증가했으며, 치즈 및 분유는 각각 277.6%, 2587% 급증했다. 돼지고기의 경우에도 냉동 삼겹살의 관세가 이미 철폐됐으며, 냉장 삼겹살도 오는 2021년 완전 철폐를 앞두고 있다. 닭고기 역시 지난해 8월 미국이 AI(조류인플루엔자) 청정국 지위를 회복함에 따라 미국산 닭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 FTA가 축산업계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진행된 한·미 FTA 재협상에서 농업분야의 ‘레드라인’을 지켰다고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란 얘기다.

앞으로 피해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상유지’라는 FTA 협상결과가 과연 최선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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