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수석연구원

최근 영동지역의 극심한 가뭄에 따른 제한급수로 지역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물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원지방 기상청에 따르면 영동지역의 일일 강수량이 5mm미만으로 지속된 일수는 2015년과 2017년 겨울철에 각각 79일과 61일로, 이는 평년 기록과 비교해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속초시의 경우 제한급수는 1995년 이후 올해까지 7번 발생했다. 특히 2005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56일 동안 제한급수가 시행됐다.

영동지역은 태백산맥과 해안선의 거리가 수 km로 짧은 반면 고도 차이가 커 하천을 통한 수자원 유출량이 서해안이나 남해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따라서 생활용수 확보를 위한 댐이나 저수지를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속초시의 경우 유역면적이 인근의 고성군과 양양군에 비해 작기 때문에 가뭄에 따른 용수부족을 대비한 여유 수자원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필자는 최근 한 포럼에서 ‘해안 유출 지하수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속초지역 용수부족 해결 방안’ 주제로 발표를 했다. 주요 내용은 속초지역 상류부의 경사가 큰 지형적인 특성을 이용해 서해안에 비해 약 10배 이상 발생되는 해안 유출 지하수를 최대한 가둬 사용할 수 있는 방안 제시였다. 이를 위해 기존의 노후된 쌍천지하댐을 보강하고 상류부에 소규모 지하댐을 추가로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용수 수요량의 약 84%인 속초지역의 자체 취수능력이 확대돼 인근 지역 농업용 저수지로부터의 용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이에 속초지역은 가뭄 시 인근지역과의 발생 가능한 물 분쟁 소지를 미리 차단할 수 있게 된다.

가뭄이 일상화되고 있는 요즘 수자원의 효율적 운영 방안으로 대규모 하천 또는 저수지를 연결하는 수계 연결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의 물을 가뭄 발생지역에 일시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사업으로 가뭄에 대비한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자체를 포함한 각 지역 구성원 간 물 거버넌스(Water Governance)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 부족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수리권 주장을 포함한 물 분쟁으로 악화될 소지가 있다.

결과적으로 속초시는 다단식 지하댐 추가 건설 등을 통해 지역 자체적으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고성군 및 양양군 등 인근 지역과 수자원 공유를 위한 협의기구 또는 운영 체계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현대판 아전인수(我田引水) 폐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어려운 이웃의 입장을 고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실천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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