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편익이 생산자 출하 부담으로 전가
출하시 적재효율 떨어져 포장형태 바꾸고 운반비 추가 투입 부담
평년 시세로 출하 불가능·지자체 지원도 한계…실질적 지원 필요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농산물 하차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통해 발생하는 물류효율화, 하역기계화 등 사회적 편익이 생산자의 출하 부담으로 전가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인, 농업인, 산지유통인 등은 가락시장에서 물류효율화, 포장화, 하역기계화를 위해 하차거래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포장재 비, 운송비 등의 출하자 부담이 너무 커 일몰된 정부(농림축산식품부)의 포장재 지원 사업이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가락시장에서는 무, 총각무, 산물쪽파 등에 대한 하차거래가 실시되고 있으며 다음 달에는 양배추, 오는 11월에는 대파에 대한 하차거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노지채소를 중심으로 한 포장재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간 산물이나 비닐, 망 등으로 출하됐던 농산물을 가락시장에서 하차거래를 할 수 있는 출하형태(파렛트, 박스 등)로 받다보니 생산자 입장에서는 출하 시 적재효율이 떨어져 운반비가 추가적으로 투입되고 포장형태도 바꿔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를 비롯해 도매시장법인에서 물류효율화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금액이 크지 않으며 지자체 지원도 한계가 있다는 게 농업인들의 토로이다.

고랭지에서 양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한 농업인은 “노지채소의 경우 기상이 저조하지 않는 한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 힘든데 하차거래를 위한 포장·출하에는 많은 비용이 투입돼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정부의 포장재 지원이 없다면 양배추 한 품목만 봐도 지속적인 포장출하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가장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무 이후에 양배추까지 하차거래를 하기 위한 출하자 부담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제주 애월지역의 농업인들은 “제주지역에서 출하되는 양배추는 오는 12월부터 하차거래가 진행된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포장을 할 수 있는 장소조차 확보돼 있지 않다”며 “각고의 노력을 통해 출하를 한다고 해도 추가된 포장재비, 운송비를 생각한다면 이전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최근 제주지역에서 출하되는 양배추의 하차거래는 산지부터 유통과정 등을 면밀히 확인해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가락시장을 찾았던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 제주을)은 “물류효율화 등을 위한 하차거래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섬의 특성과 출하환경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며 “제주지역 농산물의 도매시장 하차거래 도입이 필요하다면 배추와 비슷한 시기에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의원 측은 가락시장에서 추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물어보고 제주도 측의 추가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지채소 중 가장 늦게 하차거래가 진행되는 배추는 벌써부터 산지유통인들 사이에서 상자로 출하해야 한다면 단가가 맞지 않아 출하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고랭지에서 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한 산지유통인은 “가락시장에서 내년부터 배추의 하차거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손익분기점을 고려할 때 평년 시세로는 출하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있지 않는 한 노지채소의 가락시장 하차거래는 중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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