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종자 병해충 발생 시 피해보상 못 받아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최근 중국서 국내로 밀반입된 토마토 ‘카피종자’ 중 일부가 궤양병 감염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궤양병 감염이 의심되는 카피종자가 이미 강원 지역의 농업인과 육묘장에 소량 유통됐고, 해당 농가에서 실제로 작물에 궤양병 증세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이어져 농가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궤양병 감염이 의심되는 종자는 신젠타 내부 조사 결과 적색계 토마토 ‘대프니스’의 카피종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프니스는 신젠타가 개발한 토마토 품종으로 과육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아 유럽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중국에서 카피종자가 횡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신젠타가 정식으로 공급하고 품질을 보증한 게 아닌,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빼돌리거나 개량해 유통되는 대프니스 카피종자가 국내에 밀반입돼 이를 구매한 농가와 육묘장을 중심으로 궤양병 발병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중국에서 대프니스 카피종자를 들여온 종자유통업자 H씨는 한국종자협회 확인 결과 토마토종자 수입 통관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입요건확인서’를 발급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종자를 소포장으로 여러 명이 나눠 캐리어나 주머니에 넣어 밀반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H씨는 밀반입한 카피종자를 강원 철원군에 위치한 K농협에 판매했으며, K농협은 다시 인근 A농가에 문제의 종자를 공급했다가 궤양병 발병이 확인됐다. H씨는 K농협 외에도 4~5개 농가에 카피종자를 직접 공급, 이들이 다시 인근에 위치한 B육묘장에 카피종자의 생육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B육묘장에서는 카피종자에서 자란 모종에서만 궤양병 발병이 확인된 상태다.

카피종자를 공급받은 다른 농가의 모종은 아직 궤양병 발병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자라지 않은 상태일 뿐 언제라도 2차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신젠타코리아는 중국산 카피종자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막고, 농가피해 확산을 방지하고자 해당 카피종자를 사용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해당 종자의 감염여부 확인을 요청, 궤양병 발병 농가와 H씨에게 얻은 종자 모두에서 1차 키트검사 종자감염 양성 반응이 나타났고 밝혔다.

신젠타코리아는 더욱 확실한 감염여부 검증을 위해 카피종자의 배지배양 및 식물체 재배 후 추가검사를 의뢰했지만 1차 키트검사 때 감염 양성반응이 나타난 만큼 농업인들에게 중국산 카피종자의 유통 및 파종에 대한 철저한 주의를 당부했다.

신젠타코리아 종자사업본부 관계자는 “중국산 카피종자가 값이 싸다는 이유에서 매년 일부 농업인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품질을 보증 받을 수 없는 카피종자를 구입한 경우 이번처럼 병해충이 발생해도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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