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균 한국산림복지진흥원장

숲은 우리 삶의 기반이자 근원이다. 생명유지를 위한 먹을 것, 마실 것, 숨 쉬는 것을 직접적으로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숲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노동으로 먹고 산다’는 인간의 소임을 다하도록 해준다.

숲에서의 일자리는 그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창출돼 왔다. 1970년대 황폐했던 산을 푸른 산림으로 복원할 때는 조림사업에 많은 인력이 투입됐다. 나무들이 자라 목재로서의 가치가 생겼을 때는 목재 및 청정 임산물 생산과 연관된 산업으로 발전했다. 산림자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산림생명산업과 바이오산업, 해외산림자원 개발 등과 같은 산업에서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산림일자리는 곧 ‘임업’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났다. EU의 경우 어반포레스터(도시숲전문가: Urban forester)와 같이 도시와 환경, 휴양과 문화까지 아우르는 산림일자리가 생겨났고 일본의 경우도 녹색일자리 사업으로 현장기능인을 육성하고 임업분야에서 청년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 5일 근무제의 정착과 여가시간의 증가로 국민들의 산림에 대한 수요가 변하고 있다. 목재, 임산물과 같은 재화뿐만 아니라 휴양, 교육, 치유, 레포츠, 문화 등 다양한 유·무형의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풍요로운 숲을 통한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산림복지라는 개념이 대두됐으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림복지전문가들과 이 전문가들이 모여서 설립한 산림복지전문업이 등장하게 됐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신기술의 확산에 따라 산림의 6차산업화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스마트양묘 등과 같이 기존 산업간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하고,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 역시 산림과 결합해 산림형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의 새로운 형태의 기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일자리가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은 결국 울창한 숲, 드넓은 산림이다. 푸른 산림을 만들기 위해 공공 영역에서는 산림청을 비롯한 산하기관들이 노력해왔다. 민간 영역에서는 산을 소유한 사람들, 이른바 ‘산주’들이 그 소임을 다해온 결과다. 산이라는 재산은 참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분명 개인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그 산을 잘 가꾸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직접 이용하지는 않더라도 바라만 봐도 좋은 것이 산이 아닌가. 숲조망, 숲세권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1세대 산주들과, 그분들의 뜻을 이어받은 산림경영인, 임업후계자들이 의식을 가지고 산을 아끼고 가꿔온 결과다.

이제는 이러한 개인의 산림도 전통적인 임업의 영역에서 벗어나 산림복지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산림복지사업은 휴양, 치유에서부터 이어져온 산림정책으로 국가주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제는 민간영역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을 모범적으로 경영하고 산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임업인, 즉 산림경영인이나 임업후계자들이 그 장점을 발휘해 산림복지사업을 한다면 국민들에게 산림복지 편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산주의 소득 증가, 일자리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주들이 3차 서비스산업인 산림복지서비스사업에 참여하면 기존의 1, 2차 임산업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도 풍부하다. 산림복지일자리는 아직 발아의 시기다. 다양한 씨앗들이 큰 나무로 자라나 잎과 열매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휴식의 그늘을 주는 것처럼, 지금 뿌려진 일자리의 씨앗들이 잘 자라나 우리 세대의 청년들과 그다음 세대의 청년들에게도 든든한 그늘이 될 수 있도록 정성껏 돌보고 보살펴야 한다. 특히 국가와 함께 숲을 가꾸어온 산주·임업인이 산림복지서비스의 제공자면서 수혜자가 될 때 더욱 효과적이고 많은 숲속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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