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건국대 명예교수

국내 가축 사육업으로의 기업자본 진출은 1970년대 축산진흥정책과 더불어 시작돼 1980년대까지 지속됐다. 그러다가 축산법 27조를 통해 1990년부터 기업자본의 가축 사육업 진입을 규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업 친화적인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출자 총액제한제도 폐지와 맞물려 축산법 27조가 2010년에 삭제됨에 따라 기업자본의 가축 사육업 진출이 다시 합법화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에 반발한 축산단체의 요구에 따라 2014년 국회가 축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축산법 제27조의 부활’을 시도했으나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따라서 대기업자본의 가축 사육업 진입을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은 다시 부활시키기가 어려워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육계 사육마릿수의 92.0%, 오리 90.0%, 양돈 13.0%, 한우 2.2%가 가축 수직계열화 방식을 통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축산 관계자들은 양돈은 25~35%, 한우는 5% 수준으로 높게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축산 수직계열화 방식을 축산농민 조직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축산물 시장개방 이후 축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주요 정책대안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자본은 이 기회를 가축 사육업에 진출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이 농가에게 위협이 되는 이유는 기업들이 생산규모 확대에만 치중할 뿐 정부의 축산물 수급조절 기능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축산 대기업의 행위는 사육농가에 대한 부도덕적 행위로 이어져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축산 대기업은 1990년대 계열화 진흥정책에 힘입어 위탁사육과 축산물 유통을 결합해 몸집을 불린 뒤, 배합사료업체를 인수 통합해 성장을 거듭해왔다.

최근 국내 축산업계에서는 배합사료 업계의 불황과 맞물려 사료 출하처 확대 차원에서 기존의 육계, 오리 외에도 양돈부문의 수직계열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압박이나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농가들이 축산 사육농장을 계열업체에 자진 매각하거나 업체와의 전속거래 계약 등을 통해 축산기업과 손을 잡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계열업체가 의욕이 있는 농가에게 접근해 고율의 사금융자금을 제시하면서 육계 계열화사업에 참여할 것을 권유해 끌어들인 후 사육성적이 부실해 적자가 누적되면 해당 농장을 계열업체가 인수하고 농가는 농장관리인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렇게 인수한 농장은 자연스럽게 계열업체 소유 농장이 돼 기업자본의 가축 사육업 진출사례가 된다. 이러한 육계농장에 대한 음성적인 기업자본의 소유방식은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대기업자본의 가축 사육부문 진출을 저지키 위해서는 계열업체에게 가축거래 내역 보고 의무화, 정부의 축산물 수급조절 기능 강화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축산계열화법을 개정해야 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시도하고 있는 동반성장의 틀을 만드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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