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금 품질·효능알려 '특산물 대중화' 노린다
천호엔케어 상생협력사업, 신제품 개발·안정적 판로확보 '윈윈' 호평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 울금이 자라는 진도 내 울금밭 전경.

전남 진도는 국내 소비자에겐 ‘강황’으로 잘 알려진 생강과 특용작물 ‘울금’의 주산지다. 국산 울금의 80% 정도를 생산하는 진도의 울금 재배농가들은 2013년에 ‘(사)울금식품가공사업단’을 출범하고 울금 수매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울금가공사업단은 자회사인 농업회사법인 진도울금(주)을 설립, 직접 재배한 울금의 가공 및 판매까지 도맡아 진행했다. 하지만 울금에 대한 낮은 소비자 인식, 마케팅 역량 부족 등으로 인해 사업추진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건강식품 전문제조기업 ‘(주)천호엔케어’와 협력사업을 추진, 신제품 개발과 안정적 판로확보를 이뤄 농업인과 기업 간 모범적 상생협력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 (사)울금식품가공사업단 내 식품가공시설 전경

# 울금 주산지 진도에서 농업인이 생산·가공·판매 도맡아

울금가공사업단은 진도의 울금 재배농가들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역전략산업육성사업’을 통한 지원을 받아 2013년에 설립했다. 현재 270여 농가들이 회원으로 있고 이들로부터 출자금을 모아 울금의 가공·판매를 실시하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이는 농업인이 사업단과 회사의 주인으로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책임지고 정당한 판매이익을 받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러한 사업추진의 배경에는 사업단 내 농업인들의 진도 울금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있다. 진도는 고품질의 울금 생육을 위한 해양성 기후, 긴 일조시간, 물 빠짐이 좋은 토양 조건 등을 갖춘 지역이다. 이 같은 기후·지형적 특성에 따라 진도 울금은 중국산 울금에 비해 항산화 물질인 커큐민 함량이 3~4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등 품질·명성·특성을 인정받아 ‘보성 녹차’, ‘의성 마늘’과 같이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돼 있다.

이처럼 울금가공사업단은 농업인이 고품질의 울금을 직접 재배하고 판매까지 맡는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울금이란 명칭과 그 효능이 생소하고 신제품 개발과 제품홍보를 위한 전문인력 및 홍보채널이 부족해 애로를 겪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하주형 진도울금(주) 대표<사진>는 “사업단 설립 당시만 해도 울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굉장히 낮았다”며 “‘강황’, ‘우콘’, ‘울금’이 모두 같은 생강과 작물인데 유독 국내 울금만 잘 알려지지 않아 진도 울금의 품질과 효능을 알리고 유통업체를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 기업과의 협업으로 신제품 개발 및 다양한 채널 통한 마케팅 펼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울금가공사업단은 지난해 1월 진도군, 천호엔케어와 진도 울금 공급 및 제조·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진도군은 울금 재배농가를 포함한 군민소득 제고와 지역특산물의 대중화를 위해, 건강식품 전문 제조기업인 천호엔케어는 고품질의 울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상생협력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특히 천호엔케어는 이전부터 석류, 흑마늘, 흑염소, 녹용 등 국산 지역 특산물을 원료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해왔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전문인력과 전국적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사로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MOU 체결 이후 울금가공사업단은 천호엔케어에 연간 150톤 규모의 생울금을 납품하고 있으며 천호엔케어는 분말형의 ‘울금 한스푼’, 파우치형의 ‘황금빛 내 청춘’ 등의 신제품을 개발, 대형마트 및 백화점 등에 납품하고 있다. 아울러 자체 온라인 쇼핑몰,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울금제품의 홍보를 진행해 홍보효과와 소비자 인식 제고에 힘쓰고 있다.

선승원 천호엔케어 E-커머스팀장은 “울금의 항산화, 항염, 면연력 증진 등의 효능에 주목해 제품화를 기획하게 됐다”며 “특히 고품질의 진도 울금만을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 국내 농가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금가공사업단은 천호엔케어 외에도 미용제품 제조업체 등과 협력해 울금의 항염효과를 이용한 비누·바디워시 등의 미용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 천호엔케어가 100% 진도 울금을 재료로 만든 파우치형 건강식품 '황금빛 내 청춘'
▲ 천호엔식품의 '황금빛 내 청춘' 유튜브 광고


# 농가·기업 간 협력사업, 모두에게 이익돼야

울금가공사업단과 천호엔케어의 사례처럼 농가와 기업 간 협력사업에서 중요한 건 한 쪽만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서로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농산물 가공업체는 농업인에게 ‘고품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길 원한다”며 “농업인 스스로 규모를 갖춘 생산자 단체를 조직해 철저한 품질관리와 약속된 공급량을 맞출 수 있어야 협상력을 갖고 기업과의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 하지만 농산물 가격 변동에 따라 계약을 파기하고 더 높은 값을 지불하는 곳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업인이 있는가 하면 갑작스런 이상기후로 인해 약속했던 공급량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울금가공사업단은 천호엔케어에 품질이 보증된 국산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상생협력사업의 취지를 알림으로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한다.

 

# [인터뷰] 선승원 천호엔케어 E-커머스팀장

“국내에서 지역 특산물이 한번 이슈화되면 곧 같은 작물을 수입해서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늘어납니다.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입농산물을 원료로 해 투입비용을 줄이는 게 유리하지만 지역 특산물에 대한 수요 및 보호가 있어야 농가와 기업 간 장기적인 상생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선승원 천호엔케어 E-커머스팀장은 맛과 효능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지역 특산물이 값싼 수입 농산물의 유입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특산물 보호를 위한 농가와 기업, 정부 간 협력 및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지원과 협력이 결국 기업이 고품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된다며 식품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임을 지적했다.

천호엔케어는 진도 울금을 재료로 제품을 만들기 전에도 강화도 사자발쑥, 구례 산수유 등 효능이 뛰어난 지역 특산물을 발굴하고 제품화하는데 앞장서왔다.

그는 “여러 농업인과의 협업사업을 진행하며 수입농산물 유입으로 인한 농업인의 고충을 알게 됐다”며 “천호엔케어는 이번 울금 제품도 100% 진도 울금만을 원료로 만들었듯 여타 우수품질의 지역 특산물 발굴 및 제품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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