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에서 81년 사이에 겪은 일이다. 1979년은 한우개량단지사업이 시작된 해이다. 대학에 다닐 때다. 주말에 집에 갔더니 진풍경이 펼쳐졌다. 암소를 한 마리 키웠는데, 송아지 두 마리가 어머니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송아지가 어머니를 따라 부엌에도 들어가고, 어머니가 방에 들어가시면 마루 위에도 올라갔다. 쌍둥이 송아지를 거두느라고 어머니께서 고무장갑 끝에 구멍을 뚫어 우유를 주니까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송아지를 쌍둥이로 낳게 할 수 있다면 한우경쟁력은 쑥 올라간다.

이런 일도 있었다. 그동안 키우던 한우가 늙어서 시장에 팔고 암소를 새로 사왔는데, 그 암소가 한우와 샤로레 교잡종 송아지를 낳았다. 당시 한우는 주로 농사용으로 사육을 하다 보니 덩치가 작았다. 그 약점을 보완하려고 한우에 육용우인 샤로레를 교잡시키는 한우육용화사업이 강화도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됐는데, 해당 한우가 어떻게 강화도를 빠져나와 시골집에까지 팔려오게 된 것이다. 그때는 샤로레 교잡종 송아지는 잘 자라고 덩치도 크다고 해서 한우송아지보다 10만 원 가량 비싼 값에 팔렸다. 1980년은 냉해로 벼농사가 대흉작을 보여 쌀을 수입한 해이다. 농촌가계도 힘든 때였지만, 암소가 매년 송아지를 꼬박꼬박 낳아준 덕분에 대학을 마칠 수 있었다. 이른바 우골탑(牛骨塔) 세대이다.

농수축산신문에서 1992년 축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해는 7월 1일 육류도체등급제가 축협서울공판장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된 해이다. 육류도체등급제는 축산물 품질고급화를 통한 품질차별화전략의 초석이자 견인차 역할을 했다. 당시 선배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축산물등급제 도입을 놓고 논란이 있을 때 축산업계 원로 한분이 ‘황하(黃河)가 백년이 지난다고 맑아지느냐? 한우육용화사업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교잡을 버리고 고유품종을 지킨 결과 한우산업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육류도체등급제가 시범적으로 도입된 1992년은 농축산물 수입개방을 논의하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막판으로 치닫던 때이다. 한우농가들은 UR파고를 막아내기 위한 해법을 찾고자 전문가들을 따라 줄줄이 일본으로 선진지 견학에 나섰다. “일본에는 1kg에 40만원을 하는 화우고기가 있다. 우리도 브랜드화를 통해 수입육과 차별화해야 한다.” 그들이 일본을 다녀와 전한 말이다. 아쉽게도 한우산업을 26년간 취재하고 지켜본 입장이지만 일본 화우산업 현장을 돌아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장님 코끼리 만지듯 간접적으로 화우산업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충격적인 얘기를 전해 들었다. “40만원이 넘는 화우브랜드육은 40개월이 넘는 장기간 비육을 통해 생산된다. 그리고 브랜드를 붙이는 기준이 철저해 화우농가가 출하하는 소의 일부만 브랜드육으로 시중에 출하된다. 지역별 종모우체계를 유지하다 보니까 근친문제가 나타나고 있더라.” 첫 번째와 두 번째 얘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일본에 다녀온 전문가나 농가들이 진짜 핵심은 빼고 자기 구미에 맞게 브랜드만 강조했거나, 아니면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근친 얘기도 귀담아 들어야할 사안이다.

지난 2월 현재 화우는 4만8300농가에서 170만 100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특징은 마리수가 1990년 이후 166만4000~192만4000마리 사이에서 안정되고 있다. 190만 마리를 넘은 것은 미국 광우병 사태 영향을 받은 2010년뿐이다. 널뛰기를 하는 한우와 다른 점이다.

화우산업은 최근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올봄부터 농가 조수입이 생산비보다 낮다는 점이다. 2016년 이후 마리당 조수입은 1200만 엔에서 1300만 엔 사이를 오르내리는 등 결코 낮지 않은데도. 송아지값이 비싸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최근 송아지값이 천정부지로 뛴 한우산업은 앞으로 어디로 갈까? 한우고기는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수준으로 계속 값이 오를 수 있을까? 화우산업을 보면서 우리가 고민하고 풀어야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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