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농어업협력재단 등 '혁신' 위한 노력 부족
농어촌·기업 간 '윈윈 전략'…입장차 해소 필요
기업 이미지 제고…사업모델·사례 발굴 집중을

[농수축산신문=엄익복 기자, 박현렬 기자, 송형근 기자]

▲ 지난 24일 열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사업 활성화 방안 간담회’에서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가운데) 외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 11월 여·야·정 합의를 통해 도입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년 여 기간 동안 법 개정 과정을 거쳐 도입됐지만 농축수산업계 바랍처럼 기부금 모집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부금으로 강제성이 없고 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이익을 구체화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본지는 지난 24일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사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코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의 주요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주최 : 농수축산신문

△일시 : 2018년 10월 24일(수) 14:00~15:30

△장소 : 프레지던트 호텔

△좌장 :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패널 : 강동환 한국서부발전 국정과제추진실장, 송남근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 안병일 고려대 교수, 정승묵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농어촌기금관리부장,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가나다 순.)

△정리 : 박현렬, 송형근 기자

△사진 : 엄익복 기자

△이정환 이사장 = 연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모으겠다는 거창한 계획으로 시작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출범한 지 벌써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년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2000억원 가량의 금액이 조성돼야 하지만 현재 조성금액은 47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오늘간담회 자리에서는 바람직한 정책 대안과 이 사업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보자.

 

△강동환 실장 =전력산업도 FTA 수혜 분야라는 생각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결정하고 연간 50억원 가량을 지원 중이다. 충남 태안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서부발전은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어촌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지난해 시니어 일자리 지원 사업과 발전소 온배수를 활용한 스마트팜 사업 등에 53억원의 기금을 출연했다. 또한 에너지 절감과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지난 7월 70억원의 기금 출연 협약을 체결했다. 서부발전은 현재까지 기금 출연에 나선 공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인 123억원을 출연했기 때문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마련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서부발전은 농어촌과의 상생을 위해 국내 기술이 투입돼 개발된 ICT(정보통신기술)와 AI(인공지능)가 결합한 ‘지능형 스마트팜 사업’을 간척지 내 발전소 온배수를 활용해 원예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종합의료서비스 제공 사업, 태양광 가로등 사업, 지역 특산물 판로 지원 사업 외에 발전소 온배수를 활용한 수산양식 및 시설원예단지사업 등의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민수 실장 = 사실 기금 조성 출발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진행되겠냐’는 많은 회의론이 있었다. 이달 초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정운천 의원(바른미래, 전주을)이 5대 그룹의 임원들을 증인으로 세워 “농업과 기업이 동반성장을 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농어촌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동안 정부는 물론 농어업협력재단, 농민단체 까지 혁신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앞서 서부발전이 온배수를 이용해 스마트팜이나 양식장 등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말했는데 이를 공기업이 아닌 정부나 재단, 농민단체가 먼저 주장했어야 한다. 또한 현재 재단이 실시하고 있는 농어업인 자녀 교육·장학사업, 의료서비스 확충 등의 사업은 이미 정부나 농협이 해왔던 사업과 많이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과는 다른 사업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

 

△안병일 교수 =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업들이 기금을 납부하는 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됐다. 이와 함께 지금은 출연기업이 사전에 기금의 용도를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보다는 재단이 기획을 해서 기업에 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이 활성화돼야 이 사업이 잘될 거라고 생각한다.

상생협력기금을 통해 농어촌과 기업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어야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 기금을 내면 어떤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기업의 적극적인 기금 조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부 우수사례가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약한 게 사실이다. 또 사업심의를 하다보면 수 억원의 기금이 출연되는 데 사업계획서가 미진할 때가 많다. 이를 위해 컨설팅 등 보완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정환 이사장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처음에는 대기업들이 나서 상당한 기금을 출연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가 나설 수도 없게 되고 기업 또한 이를 구실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사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강제로 자금을 출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정부나 재단에서 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함으로써 이익이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는 건 중요한 일이다.

 

△정승묵 부장 = 그동안 재단에서는 51개 사업에 219억5257만원을 지원, 운영 중에 있다. 용도별로 4가지 사업을 구분해 추진중이다. 농어촌 정주여건 개선과 마을 공동체 활성화, 경관개선 등 농어촌 지역 개발 및 활성화 사업에 가장 많은 107억2895만원이 지원됐다. 또한 농수산물 생산, 유통, 판매에 67억3702만원을 사용했고, 농어촌 복지증진을 위한 의료서비스 확충, 문화생활의 증진을 위해 32억666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 외 농어업인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및 장학 사업에 약 12억2000만원을 지원했다. 농어촌기금관리법에 기업을 직접 다니며 홍보·조성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어 관련 홍보를 지속 중이지만 민간기업은 공기업과 달리 기금 출연에 대한 이익을 꼼꼼히 살핀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심의조정위원회는 기금 조성 초기 단계부터 여러 심의 과정과 사업 종료 후 사후 보고서 제출, 회계 감사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진행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복잡한 절차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기업의 참여가 저조했던 원인 중의 하나는 동반성장지수평가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배점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는 평가에 반영이 될 예정이라 민간기업들도 전과 달리 생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관련 기업들을 모아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대표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송남근 과장 = 지난해에 비해 기부금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게 사실이다. 또한 경제 상황이 계속 어려운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법령상 ‘자발적 기금 조성’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강제로 기업의 거출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비슷한 성격의 기금으로 대중소기업협력기금이 있는데 현재 1000억원 정도가 조성됐다. 대중소기업협력기금도 처음에는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중소기업협력기금의 조성 변화를 살펴보고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자발적 기금 조성이라는 부분이 대기업 등 일반 기업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금 출연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이나 공공기관 평가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기업이나 기관에 강의, 강연을 할 때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해 홍보를 하고 있다. 공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동반성장을 하는 사례도 있다. 재단에서는 기업 이미지 제고에 대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추상적인 접근이 아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사업모델·사례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이 농어업협력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면서 지역의 농가와 R&D(연구개발)를 통해 제품 생산에 나서는 등의 좋은 사례들을 많이 발굴하길 기대한다.

 

△이정환 이사장 = 더 이상 무역으로 인해서 돈을 벌었으니 그 이익을 나눠달라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고 프레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역 이득 공유를 넘어 기업이 왜 기금을 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당성, 타당성을 재단이 심사숙고해 기업에 제안해야 할 것이다. 현재 2000억원 까지는 아니지만 500억에 가까운 금액까지 모인 것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기금이 조성돼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농어촌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됐다’는 평이 나올 수 있도록 재단이 더 많이 뛰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공기업이 중심이 돼 기금을 출연했다면 농어촌과 기업의 상생사례가 민간기업들에게 많이 알려져 농어촌상생기금이 목표액에 근접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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