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향후 5년간의 쌀 목표가격 설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8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018년산부터 2022년까지 적용되는 쌀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일각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지난 1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8만8192원보다 높은 금액으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줄곧 주장해왔던 ‘19만4000원+α’ 금액과 물가상승률 반영 요구까지 동시에 충족한 금액으로 산정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최소 22만원을 주장하고 민주평화당의 경우에는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24만원 금액보다도 높은 24만5000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당론을 내보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 12일 열렸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당정은 19만6000원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19만6000원은 쌀 목표가격 결정 시 최소한의 가격으로 협상을 시작하는 금액이며 협의를 통해 22만~24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농업인 입장에서 보면 쌀 목표가격은 일반 근로자의 연봉과도 같은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계는 최저임금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서 쌀 목표가격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쌀 목표가격 설정 문제는 어쩌면 이미 예고돼 있던 사태일지도 모른다. 농식품부 장관의 공백이 지난 3월부터 5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많은 현안들이 산적하고 각종 행정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등 사상 초유의 농정 홀대 사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5년 전 쌀 목표가격 설정 당시 쌀 목표가격 변경 동의요청서는 2013년 5월 29일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회의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는 달에 제출됐다. 농식품부 수장을 오래 비워둔 결과가 쌀 목표가격이 졸속 처리될 위기까지 불러오게 된 것이다.

지난 8월 취임한 이 장관은 농정 공백 매우기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쌀 목표가격 설정에 있어서는 농민단체에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농정 공백으로 인해 미뤄진 지금의 사태에 대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국회가 서둘러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수 있도록 촉구해야 성난 농심을 조금이라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법률안 개정의 필요성을 5년 전부터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미뤄오다 쌀 목표가격 재설정 시기가 다가오니 부랴부랴 법률안 개정에 나선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정부는 논 면적에 따라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고정직불금과 쌀값이 하락하면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을 병행해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변동직불금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이 바로 쌀 목표가격이다. 쌀 목표가격이 높게 책정될수록 농가는 더 많은 소득을 보전 받기 때문에 농업인들에게 있어서 쌀 목표가격 설정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쌀값은 농업인들의 자존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그들의 목소리를 더는 외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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