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클릭 베이트로도 불리는 언론의 낚시 기사에 낙농가의 속이 또 까맣게 탔다.
 

얼마 전 한 방송사가 ‘[단독] 우유 속 잔류물질' 첫 대규모 조사…기준치 넘는 항생제’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우유 잔류물질 관리와 관련해 대규모 조사를 했는데 유통 전 단계이기는 하지만 여러 농가 우유에서 기준치를 넘는 항생제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제목에는 우유에서 기준치가 넘는 항생제가 나왔다는 기사처럼 입에 오르내렸지만 기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저유조 100개의 원유와 집유장에서 잔류물질 자체 간이검사를 시행한 결과 이상이 있다고 나온 농가 200곳의 원유를 샘플로 정밀검사를 했고 이중에서 5건의 잔류허용 기준치 이상의 항생제가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이를 자세히 풀어보면 저유조 100개와 집유차 200개, 이중 자체검사에서 문제가 된 이상농가의 샘플 중 잔류검사 5건이 나온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저유조 100개와 집유차 200개 정도면 원유샘플로 13만건 정도가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범사업으로 샘플이 필요했고, 이에 이상 징후가 발견돼, 더욱 정밀한 검사가 필요한 농가의 원유만을 따로 샘플링 해 보낸 것에서도 5건 정도만 기준치 이상의 항생제가 발견된 것이다.

사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샘플링을 위해 폐기할 원유만을 골라 샘플로 보낸 것이고 이중에도 2%에서 항생제가 발견된 것이다. 전체 원유로 한다면 이 확률은 몇 만분의 일로 떨어질 것이다. 물론 몇만 건 가운데서 한 건도 항생제가 발견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 자체검사를 실시하고 몇만분의 일을 걸러내기 위해서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이같은 낙농가들의 노력과 깨끗한 우유를 공급하는 자부심은 이 낚시질과도 같은 기사로 바닥에 떨어졌다.

 

정확한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며 통계치를 고민해 기사를 읽을 독자가 몇이나 되는가. 어떠한 의도로 기사를 쓰고 향후 어떤 반향을 기대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소비자들의 오해와 불신, 생산농가들의 자존심을 바닥에 내팽겨 치려고 한 것이라면 그들은 ‘성공’했다.
 

생각보다 기사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은 이제 독자들의 수준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것과 기사 내용 자체에서도 ‘유통 전 원유’라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산자단체와 관련업계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빠른 해명과 이슈를 만들지 않고 싶은 마음이 더해지며 무대응으로 이번 사태를 넘겼다. 그러나 이들을 취재하는 축산업계의 전문기자들은 마음이 아리다. 펜으로 후벼낸 낙농가들의 심정에 또 다른 펜으로 심심한 위로를 건낸다. 또한 대한민국의 낙농가들이 어떠한 낚시질에도 잡히지 않을 만큼 보다 깨끗하고 영양적으로 완벽한 우유를 생산해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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