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농협 무기질비료 계통구매가격 협의가 지난주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비료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계통구매가격도 지난해 대비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업인에게는 영농비를 절감할 수 있어 좋은 소식이다.   

 

반면 무기질비료 업계에겐 우려스런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3년간 연속적으로 인하된 계통구매가격으로 인해 업계는 현재 고정비용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는 봄철 냉해, 여름철 폭염 등으로 작물 피해가 심해 비료 수요량이 줄고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 업계는 경영악화를 면치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협이 올해 계통구매가격을 인하하면 업계의 경영악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농협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애초에 농협은 농업인을 위한 조직이다. 따라서 농협은 농자재 가격인하를 통해 농업인을 돕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농업인을 위한 결정에도 그림자는 있다. 가장 걸리는 건 농협의 무기질비료 시장 점유율이다. 95% 이상을 차지하는 농협의 시장점유율 때문에 업계는 유통망 관리 차원에서 고정비용을 건지기도 힘든 입찰에 참여하고 농협에 비료를 납품해야 한다.
 

농협은 농업인을 위한 일을 우선해야 하는 게 맞다. 업계는 자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농협이 대부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는 수익을 올린다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제약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전체 시장의 5%도 채 되지 않는 시판을 통해서만 영업을 하라는 것도 우리나라처럼 전체 파이가 적은 경우 가혹한 처사다. 
 

매해 치르는 계통구매가격 협의에서 농협과 업계는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한다. 다만 농업인과 함께 국내 무기질비료 시장 구조와 업계의 어려움도 종합적·다각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료 생산자가 최소한 고정비용이라도 건질 수 있도록 하는 협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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