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농업인 육성돼야 스마트농업 성공 가능
귀농인 위한 교육·연구기관 확충 ‘절실’
농업기술센터 역할 실종…지방직화의 ‘폐해’

[농수축산신문=길경민 기자]

충북 옥천의 깻잎재배 농업인이 경북 상주의 감재배 농업인을 찾았다. 옥천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농업인은 귀농 3년차인 배진우 씨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오랫동안 농민운동을 한 전성도 씨다.

이 둘의 만남은 얼핏 관련이 없어보였으나 농정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일맥상통 했다. 농업인이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데 공감했고, 초보 농업인이 기댈 수 있는 연구기관의 필요성에도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상주시가 유치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농촌 공동화를 막기 위한 대안이 시급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 충북 옥천에서 깻잎을 재배하는 농업인과 딸기를 재배하는 농업인이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초보 농업인이 기댈 수 있는 연구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전성도=경북 상주시가 정부의 스마트팜 혁신밸리사업을 유치했는데 걱정이 많다. 국비를 비롯해 도비, 시비 등 1600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인데 자칫 참여 농업인들이 빚더미에 올라 앉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배진우=스마트팜 혁신밸리사업으로 조성되는 스마트팜온실은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 추진했던 유리온실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 지난 정부 때 한 번 실패한 정책을 재탕하는 것은 학습효과가 전혀 없는 것이다.

△전성도=연구나 교육 등은 필요하지만 스마트팜온실을 청년에게 임대하거나 기존 농업인들이 참여하는 실증단지 개념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에서 1000억원이 넘게 떨어지니 공짜로 알고 덤벼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4명의 청년에게 각각 3300㎡(1000평)씩 3~5년간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 농사를 가르치겠다는 것인데, 그 기간이 끝나고 나면 3.3㎡당 120만원이나 하는 시설을 마련할 수 있는냐 하는 것이다. 또 실증단지의 농업인들이 딸기를 재배해 손익분기점을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배진우=스마트팜혁신밸리에 참여한 농업인들이 다 망하고 나면 기업이 들어올 수밖에 없어 결국 이 시설이 기업용이란 의혹이 든다. 또 하나 강조할 점은 스마트농업이란 말이 오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시설 내의 온도와 습도를 제어하는 등 자동화로 농사를 짓는 시설이 스마트인 것은 맞으나 여기에 농업을 붙이려면 스마트한 농업인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전성도=스마트팜이 추구하는 것이 생력화인데 농업인들은 생산효율이 부족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생산이후 수확, 유통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배진우=대규모의 도시자본이 투입돼 농촌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농업인을 빚쟁이로 만들거나 일용직 등 현대판 노비로 전락시킬 뿐이다.

△전성도=이번에 상주시가 투자하는 400억원으로 청년 1인당 1억원씩 4년간 지원하면 100명의 농업인을 육성할 수 있다. 특정 농업인들만의 혜택이 아닌 전체 농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더 많은 청년들이 농촌에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진우=미래의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전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연구를 위한 시설 설립은 그대로 진행하되 한 번 실패한 사업을 반복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특히 농촌인력이 줄어든다고 기계로 이를 대체하려 할 경우 농업은 유지될지 모르나 농촌은 없어질 공산이 크다.

△전성도=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청년, 도시민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이를 위해 스마트팜혁신밸리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배진우=귀농인들을 위한 교육시설과 연구기관의 확충도 절실한 실정이다. 형식적인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 교육시설은 있으나 마나하다. 특히 초보농군이 농작물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관이 없다는 것은 큰일이다. 실제 깻잎에 병이 발생해 관내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했더니 깻잎선도농가를 소개해 줬다.

△전성도=농업기술센터가 지자체 소속으로 바뀐 이후 나타나는 현상이다. 농업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물어볼 곳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농업기술센터는 해당 지자체 행사 때 국화꽂 피우는 역할밖에 하지 않고 있다.

△배진우=지방직화로 전환된 농업기술센터가 농촌진흥청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농진청의 연구를 지역에 전달 또는 지도할 수 있는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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