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농가 구제역 백신 미접종 가능성 제기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유산 우려로 백신 접종 꺼려
보상금 지급 기준도 까다로워

50마리 이상 전업규모 농가
자율 백신접종도 문제
정부 적극 지원해 접종률 높여야

과태료 부과 등 제재 강화
유산 등 피해 보상 마련
농가 의무 강화 제도 마련해야

 

설 연휴를 앞두고 경기도 안성과 충북 충주에서 터진 구제역이 8일 현재까지 추가 발생 없이 소강상태를 보이며 다행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일부 농가들이 백신 미접종을 이번 구제역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번식농가 유산 우려해 접종 꺼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소 사육농가의 구제역 백신 항체양성률은 2016년 95.6%, 2017년 96.4%, 지난해에는 97.4%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매년 4월과 10월, 연 2회 실시하고 있는 전국 백신 일제접종 등 백신 접종을 위한 홍보·예방활동이 유효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항체양성률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구제역이 발생하자 일각에선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백신 미접종 농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체양성률은 무작위 샘플링 검사를 통해 나타난 수치이고, 통계에 잡히지 않은 미접종 농가들이 존재할 것이란 의심이다.

한우 60여마리를 키우는 한 농가는 “비육농가는 백신을 안 맞혀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손해가 더 크니까 거의 맞힌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번식농가에선 소가 스트레스를 받아 유산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실제로 다수의 농가들에게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다른 한우 비육농가는 “번식농가에서 백신을 맞히다 드물게 임신한 소가 유산하거나 죽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이런 경우엔 정부에서 보상금을 주는 것으로 돼 있지만 많은 경우 보상을 받기 어렵다보니 백신을 맞히길 꺼린다”고 말했다.

현재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백신 투약 이후 2주 이내 유산이나 폐사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지자체에 보상금 지급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보상금 지급 기준이 까다로워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자 농가들이 마지못해 백신을 접종하거나 접종을 꺼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가 자율에 맡겨진 백신 접종

백신 접종이 농가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50마리 미만 소규모 농가에 대해선 정부가 공수의를 통한 접종을 전액 보조·지원하고 있다. 50마리 이상의 전업규모 이상 농가에 대해선 정부 보조 50%, 자부담 50%의 비율로 백신을 공급하고, 자체적으로 백신을 접종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50마리 이상 농가의 경우 자율적으로 자가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어 가축 방역의 기본인 예방 접종이 사실상 농가의 의지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양평군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권오성 씨는 “지자체에서 농가가 백신을 맞혔는지 무작위 혈액검사를 하지만 항체양성률이 낮아도 빈 백신병을 보여주면 접종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백신을 맞히지도 않고 빈 병만 보여주며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씨는 “우리는 64마리를 키워 원칙적으로는 공공수의사 비용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지만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지원을 해 비용 부담이 없다”며 “모든 농가가 우리처럼 마릿수에 관계없이 공공수의사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일괄 접종 의무를 부과하면 백신 미접종에 대한 불신도 해소되고 실질적인 구제역 발생 위험도 낮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농가의 의지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 등을 통해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접종 시 즉각적이고 강력한 제재 필요

현재 구제역 예방접종 관련 고시에 따라 국내에서 구제역 예방접종을 실시한 농가는 반드시 시·군 또는 소고기 이력제 위탁기관인 지역 축협 등에 통보, 이력관리시스템에 개체별 예방접종의 실시일자 등을 입력해야 한다. 

이후 시·도 가축방역기관장이 예방접종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역 내 농가나 도축장 출하 가축에 대해 무작위검사(랜덤검사)를 통해 백신 접종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농가당 5마리 정도를 무작위 선정, 체혈을 해 항체 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무작위 검사를 통해 소의 구제역 백신 항체양성률이 80% 미만으로 나타나는 등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면 최대 1000만원 이하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추가적으로 추가 접종과 재검사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명문과 달리 이 같은 처벌이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발동되지 않고 있어 농가의 구제역 방역대책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원에서 한우를 사육 중인 김 모씨는 “과태료 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걸려도 1차에는 경고조치에 그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조일 건 조이고 내줄 건 내줘야 한다”며 “과태료 부과 등을 제재를 강화하고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유산 등 피해에 대해선 보상을 강화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제역 방역대책 전반에 대한 점검을 통해 백신 접종에 대한 농가의 의무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동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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