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경영 전환되면 신사업 추진 불투명

[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글 싣는 순서

(상) 경영 '적신호'
(하) 신사업 추진 위한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현 사료 가격체계 유지할 경우
올해 약 220억 적자 예상

가격할인 연장되면
경영 정상화까지 상당 기간 소요

 

농협사료가 사료 가격 정책 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더불어 환율,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사료 가격 인상을 고려했지만, 당시 양축농가의 어려웠던 현실을 감안해 사료 가격 인상을 유보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해 2008년 말 453억원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현재 적자 경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신사업 추진에 대한 압박까지 겹치며 농협사료는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 사료 가격 할인 연장? 경쟁력 약화 가능성 UP

김영수 농협사료 대표이사는 “우선 현재의 가격체계를 유지할 경우 올해 약 220억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곡물가격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농협사료가 사료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가격할인을 지속한다면 경영 정상화까지 걸리는 기간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4월을 기준으로 사료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후 최소필요이익 확보를 위한 기간은 자연스럽게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시기를 놓친다면 나중에는 적정선의 사료 가격 회복에 더해 큰 폭의 사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할인된 가격의 사료를 이용하는 농가들이 추후 할인에 인상까지 겹친다면 ‘사료 가격을 대폭 상승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농협사료가 주도하고 있는 선도적 가격기능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농협사료의 늦은 가격 인상·빠른 가격 할인 정책에 가공조합들도 동참하며 시장점유율 30.7%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일부 조합이 경영압박으로 할인 종료 및 인상을 단행함과 동시에 경쟁사들이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사료 가격을 인상하며 확보한 수익을 통해 올해 하반기 가격 조정에 나선다면 농협사료는 가격 견제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된다.
 

# 적자 경영 전환되면 신사업 투자는 ‘언감생심’

적자 경영으로 전환된다면 농협사료가 올해 추진할 계획인 신사업 및 고정투자 또한 적기에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농협사료는 올해 초 모바일 사료주문 앱 개발, 온라인 축산컨설팅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NH Farm Solution(엔에이치팜솔루션)’ 구축에 나설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스마트팩토리 확대,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번식효율 향상 기반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었다.

이처럼 4차 산업 대응을 위해 신사업에 대한 단계적 투자가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재정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에 처하며 신사업 추진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농협사료는 공장별 설립 후 경과 기간이 평균 35년에 달해 노후설비를 지속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사료산업은 장치산업이라고 불릴 만큼 기계 등의 고정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하지만 노후설비 교체, 신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료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농협사료가 농가에 지원하고 있는 사료 자동화 라인 및 피드빈의 지원도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 있게 된다. 

농협사료의 적자 경영 전환 여부는 사내를 넘어 양축농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한 농자재값 인하 분위기가 범농협으로 확산되고 있어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농협사료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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