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최근 농업현장의 최우선 당면현안이자 농업정책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월동 무·배추 가격 폭락으로 촉발된 채소류, 그중 배추·무·마늘·양파 등과 같은 노지채소류의 수급 불안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배추와 무의 가격 약세는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생산량 급증과 소비감소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배추, 무 등 월동채소의 도매가격은 이달에도 평년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됐으며, 비록 시설 봄배추 출하면적이 지난해보다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나 겨울 배추 저장물량이 많아 오는 6월까지도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생산자단체가 각종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폭락한 가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부, 즉 농림축산식품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이라곤 생산단계의 수급 조절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전에 입식 조절을 유도하거나 산지 폐기나 수매 등을 통한 물량 조절이 현재로선 취할 수 있는 최선이다. 
 

노지 채소류는 농산물 중에서도 생육 특성상 기상에 취약해 타 품목에 비해 공급 과잉이나 과소가 자주 반복되고 이에 따른 가격변동성도 높은 품목이다. 이같은 잦은 수급 불안은 농가소득과 소비자 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농산물 가격이 좀 올랐다 싶으면 이곳저곳에서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아가곤 한다.
 

이에 정부도 주요 품목을 수급관리대상 품목으로 지정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중이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 예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3년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요 5대 채소류에 대해 7단계로 가격 구간을 설정·관리하는 품목별 수급조절매뉴얼을 마련해 운영해 왔다.

그러나 4년이 지나도록 단계별 가격 기준에 대한 적절성이나 산지동향 반영이 미흡해 시장에서 제대로 대책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지난해 6월 정부의 시장개입을 강화한 농산물 수급관련 매뉴얼을 새로이 마련해 추진 중이다.  
 

기존 매뉴얼을 대폭 개선해 가격수준에 따라 조치할 정책수단을 사전에 예시, 수급불안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매뉴얼을 개선한 점은 바람직하다.

도입 초기 산지폐기나 시장 격리와 같은 대책을 시행해 일정부분 생산물량을 조정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사전에 산지와 소비지에 대한 세밀한 전망을 통해 파종이나 정식이 되기 전에 출하물량을 조절하는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비록 기상여건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는 게 노지채소류이고, 수급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운 품목이라고 하지만 사후적인 정책 집행보다는 좀 더 사전조절 매뉴얼을 현실화시켜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기후변화와 산지 및 소비지시장의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사전 수급예측의 정확성을 제고시키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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