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요즘 한우 산업이 심상치 않습니다. 앞으로 도축돼야 할 소는 많은데 수입 소고기가 물밀 듯 밀려오니 한우 산업이 견뎌낼 수 있겠습니까?”

우연히 만난 한 한우 유통업자가 한숨을 푹푹 쉬며 건넨 말이다. 그냥 엄살을 떠는 말이 아니다. 소고기 수입량, 자급률, 한우 사육마릿수 이 세 가지 수치는 앞으로 한우 산업이 가야 할 길이 얼마나 험난한 지를 보여준다. 

국내에 수입된 소고기의 양(검역기준)은 2013년 28만512톤에서 지난해 41만5685톤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 5년간 소고기 수입량이 약 148% 증가한 것이다. 수입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옅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날이 갈수록 더 거세지는 수입 소고기의 공격적인 마케팅 속에서 한우 산업이 앞으로 수입 소고기와의 더 어려운 게임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직감케 한다.

소고기 자급률은 이런 한우 산업의 위기를 명백히 보여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고기 자급률은 36.4%로 추정된다. 이 중 육우 등을 제외한 한우의 자급률은 이미 3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여기에 올해 한우 사육마릿수는 오는 6월 300만마리를 넘어 계속해서 290만마리를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2020년 9월엔 310만마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연이은 한숨을 내쉬던 이 한우 유통업자는 “모든 농가가 고급육 생산에만 목을 매는 현재와 같은 사육 행태가 변하지 않으면 한우 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본에선 소비자가 다양한 가격대의 자국산 소고기를 선택할 수 있고, 고급육을 원하는 이들만 화우를 소비한다”며 “한우 산업도 다양한 가격대로 수입 소고기와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고급육으로써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산업을 영위해온 한우 업계 관계자들에겐 이런 지적이 따갑게 들렸을 리 없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농가가 아닌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달디 단 소리도 쓰게 들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한우 산업의 미래는 없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