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가공 유통 vs 유통조절명령… 농가 분열 우려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산사모 "농가의견 반영"
양계협 "강력 대응 필요"

 

양계업계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얼마 전 대한양계협회 내 채란분과위원회에 속해 있던 농가 일부가 주축이 돼 산사모(산란계 산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새로운 조직을 결성하겠다고 나섰다. 

양계협회는 이런 움직임과는 별도로 양계업계가 맞닥뜨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안 마련과 정책 제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양계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른 수급조절과 관련해 양측이 추진 중인 대책을 살펴봤다. 

 

“농가들 의지 모아 수급조절 적극 추진할 것” 

산사모는 지난달 27일 열린 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계란 수급조절 방안 마련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복근 산사모 추진위원장은 “그동안 정부와 양계협회를 중심으로 수급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최근 물량 과잉이 지속돼 농가의 어려움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창립총회 개최 이후 단기적, 중·장기적 수급조절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사료값도 제때 정산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도산하는 농가가 늘고 있는 등 업계의 어려움이 극에 달한 만큼 새로운 조직 구성을 통해 여러 현안들에 대한 농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산사모는 단기적 수급조절 방안으로 산란계 전문 도계장과의 의견 조율 등을 통한 산란성계육의 출하 유도 등을 계획하고 있다. 중·장기적 수급조절 방안으로는 농가에 입식·도태 등에 대한 사육 정보를 제공하고 과잉되는 계란을 난가공 산업과 연계 유통하는 방안 등을 고심 중이다.  

산사모는 일단 이 같은 수급조절의 큰 줄기만 마련해 두고 창립총회 이후 지도부가 구성되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유통조절명령으로 강력한 수급조절”

반면 양계협회는 과잉 생산 계란을 가공란으로 처리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난가공을 통해 생산한 액란, 전란, 난백, 난황, 난유 등의 용도가 제과·제빵용 등으로 제한되며, 이미 가공란 시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가공란이 잠식하고 있는 등 한계가 있어 수급조절 대책으로는 활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계협회는 수급조절과 관련해 그동안 농가들과의 협의 등을 통해 진행해왔던 자율 도태 등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농가들의 의지와 달리 실제로 도태가 진행된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양계협회는 ‘유통조절명령’ 등을 추진해 좀 더 강력하게 계란 수급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지금껏 농가들이 자발적인 도태를 통한 계란 수급조절의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개개인의 소득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부분이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과잉 생산된 계란을 폐기하는 등 임시방편적인 방안에서 벗어나 유통조절명령을 통해 근본적으로 수급조절을 이뤄 나가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농가 양분화 우려

최근 일각에선 대한양계협회와 산사모의 업무가 대부분 중첩됨에 따라 농가의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친목모임의 형태로 조직된 산사모가 향후 사단법인 등의 형태로 변화할 경우 많은 농가들의 양계협회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양계농가는 “정책 추진 등과 관련해 안 그래도 양계업계의 입김이 약해 의견 반영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렇게 협회가 나눠질 경우 힘이 분산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며 “자칫 농가의 분열만 가져오고 이도저도 아닌 게 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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