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선정기준·지원금 금리 부담 '걸림돌'

[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글 싣는 순서

<상> 사업 실효성 있나 
<하> 개선점은


지난해부터 후계 축산농가의 신규 축산업 진입을 지원키 위해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후계축산농 육성사업(축사은행)’이 까다로운 선정기준, 지원금에 대한 금리 부담 등으로 사업 참여 초기 단계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폐업 등으로 운영이 힘든 농가의 축사를 지역축협(품목조합)에서 매입해 신규농가에 장기간 저리로 임대함으로써 초기 자본이 부족한 후계 축산농가의 안정적인 경영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의지와는 달리, 이미 올해 수요 조사가 끝난 현재 사업에 참여키 위해 지원한 조합은 부경양돈농협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우·양돈 후계농 대상

후계축산농 육성사업은 FTA(자유무역협정) 이행 지원기금을 재원으로 실시하는 사업이다. 국고융자 80%, 자부담 20% 비율로 지원되며 이 중 자부담 20%는 담당 조합에서 부담한다. 

축종별 사업대상은 각각 한우부문 지역축협 1개소와 양돈부문 양돈농협 1개소로 올해 지원규모는 지역축협에서 선정한 한우농가에 8억원의 융자와 자부담 2억원, 양돈농협에서 선정한 양돈농가에 19억2000만원의 융자와 자부담 4억8000만원을 지원한다.

사업 추진은 농협경제지주 축산지원부에서 지역축협과 양돈농협의 신청을 받은 뒤 사업대상 조합을 선정하면 해당 조합은 축사를 매입한 뒤 후계농을 선정한다. 이후 자금 배정을 신청하고 적정성 검토를 마치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자금을 배정한다.

해당 자금은 축사 매입에 우선 사용하는 것은 물론 축사 신·개·증축 및 개보수, 시설장비 교체 등의 용도에 사용해야 한다.

 

선정기준 7가지 충족해야만

후계축산농 육성사업의 사업대상으로는 기존 축사를 매입해 신·개축 또는 개보수한 뒤 후계축산농에게 임대코자 하는 조합이다. 조합은 실제 임대 대상인 후계축산농을 선정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총 7가지의 조건이 걸려있어 현장에선 상당히 까다롭다는 반응이다.

먼저 만 50세 미만이어야 하며 한우·양돈업 관련 실무경력이 7년 이상 돼야 한다. 또한 가축사육업 허가·등록 및 축산 관련 사업자등록이 돼 있지 않아야 하며 법인을 포함한 단체에 소속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 축사를 소유하지 않거나 직계가족이 소유한 축사가 없어야 하며 법인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선정된 자는 영리목적으로 타 업무에 종사할 수 없으며, 임대기간 중 축사 임대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농업 활동을 제외한 직무를 겸직할 수 없다. 

한우·양돈업 경력과 관련해서는 농장, 현장 컨설팅, 농·축협 근무, 사료·종축 개량 관련 업무 등을 실무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축산 관련 교육과정 수료도 경력으로 인정돼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등도 포함된다. 더불어 축산 관련 자격증 중 산업기사는 2년, 기사는 4년을 경력으로 인정한다.

또한 법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계약 전까지 지분을 처분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해야 선정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나이·조건 등 현장 여건에 맞아야

하지만 후계축산농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과 달리 까다로운 조건 탓에 후계축산농이 되려는 신규 지원자들은 쉽게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지역에서 양돈업을 하고자 지난 2월 제주양돈농협을 통해 신규 지원하려 했던 A씨는 “민간 축산 컨설팅 기업에 다니다 퇴직 후 해당 사업에 대해 알아봤지만 만 50세 미만 자격에서부터 걸려 지원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축산업 발전을 위해 청년들을 유입코자 하는 의도는 공감하지만, 그동안 축적한 축산 지식들을 바탕으로 축산업을 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신규 귀농인들을 외면하는 정책이라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농협 축산지원부 한 관계자는 “신청 기간 정부자금 특성상 무이자와 보조 혜택이 없는 것 때문에 신청을 망설이는 조합이 많았다”면서 “융자지원금은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방식으로 상환하면 되지만 2%의 융자금리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고 까다로운 조건은 물론 농협 내 무이자 보조 사업보다 혜택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신규 축산인들이 큰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모 지역 양돈농협의 한 관계자는 “사업 내용은 좋지만 사실 축사를 구하거나 부지를 매입하는 것 자체부터 많은 난관이 있다”며 “최근 미허가축사 적법화, 축산 냄새저감 및 가축분뇨 처리 문제 등 환경적인 이슈가 겹치면서 부지 매입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장여건으로 지난해 후계축산농 육성사업에 지원건수는 전무했고 올해도 한우 부문의 경우 지원한 지역농협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