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유신 농수산식품팀장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지난 주 국내 산업계의 최대 이슈중 하나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였다. 한마디로 일본이 지난 4일을 기점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한 것이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피해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지만 직·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산 농산물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 최대 농식품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대일 농식품 수출액은 파프리카 9200만달러, 김치 5600만달러, 인삼 3300만달러, 토마토 1300만달러, 백합 690만달러 등 총 13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전체 농식품 수출의 19%나 차지한다. 특히 파프리카의 경우 99%가 일본에 수출되고 토마토와 김치 역시 대일 수출 비중이 각각 77%, 57%에 달한다. 올해 역시 상반기동안 6억9000만달러를 수출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정부도 발 빠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 4일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모색했다. 다음날인 5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박병홍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농식품 수출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일 농식품 수출 점검회의를 열고 일본의 산업 소재 수출통제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 결과 아직까지는 농식품 수출에 특별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향후 일본 비중이 높은 파프리카·토마토·김치 등 주요 품목의 현지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품목별 예상 피해상황 분석 등을 통해 대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반(反)국가 정서가 우리나라 농산물 교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자료가 있어 흥미롭다. 이병훈 광운대 교수가 2016~2017년 2년간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과의 반국가 정서로 인해 입은 농산물 수출·수입 영향을 연구한 결과 대중국 수출은 5.4% 감소했고, 일본 수출은 11.9%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국가 정서가 한국산 농산물 소비감소로 이어지는 반응속도에서 일본이 중국보다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농식품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최근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국을 둘러싸고 ‘반한류’, ‘협한’, ‘항한’, ‘협일’, ‘반중’, ‘반일’ 등으로 표현되는 반국가 정서가 확대 양산되고 있다. 이를 이유로 다양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도입되고 비관세 장벽을 활용한 타 국가의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반국가 정서 형성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실제 수출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국제 교역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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