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내년도에 지방 이양되는 ‘밭기반 정비사업’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밭기반 정비 지방이양에 따른 활성화 방안 정책 토론회’가 지난 28일 전남 나주 한국농어촌공사 본사에서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 영암·무안·신안) 주최, 농어촌공사 주관으로 열렸다.

밭 농사의 인프라를 조성하는 밭기반 정비사업에 관한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주제발표1] ‘재정분권 확대에 대응한 농촌정책 과제’ -성주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정부는 지난해 자치분권을 강화하고 지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중앙권환의 지방이양 계획을 수립했다. 이의 일환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 중 ‘농촌자원복합산업화’, ‘농업기반정비’,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 등이 내년부터 지방 이양된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들이 지자체 사업 추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농업인보다 전체 지역민을 대상으로 했을 때 시급성이 더 높은 사업, 성과를 더 알릴 수 있는 사업 등을 우선시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방에서도 농촌정책이 주도적으로 추진되려면 농촌정책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에 보다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갖춘 ‘농촌공간계획’이 시·군별로 수립된 후 이를 근거로 한 ‘국가농촌공간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또한 지자체 사업은 모든 주민들의 다양한 삶을 포괄해야 하기 때문에 농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농업기반정비사업에도 사업 주체를 농업인과 함께 지역주민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지역개발사업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제발표2] ‘밭기반 정비 활성화를 위한 추진 방안’-윤성은 한국농어촌공사 사업개발부장

“밭 면적은 2008년 기준 71만3000ha에서 지난해 75만1000ha로 5% 늘었다. 밭작물 생산액도 2008년 17조8920억원에서 2016년 20조6660억원으로 16% 가량 증가했다. 작물별 10a당 소득을 비교해 봐도 고추, 마늘, 양파 등이 쌀에 비해 높은 소득을 나타낸다. 밭기반 정비사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표다. 그런데도 밭농업 관련 지원사업이 부족한 상황이다. 밭농업 인프라 조성을 위한 사업은 밭기반 정비사업이 유일하다. 그러나 밭기반 정비율은 전체 중 16%밖에 되지 않는다. 밭기반 정비가 어려운 이유는 우선 기계화율이 낮아서다. 고령 농업인을 위한 기계화율 제고가 시급하다. 밭농업이 소규모로 분산돼 있다는 것도 기반정비를 어렵게 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파편화돼 있는 농지를 기계화가 가능한 정도의 크기로 정비해야 한다. 기계화 영농이 가능하도록 경사도도 균일하게 조정해야 한다. 밭농사에선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하수 중심의 기존 밭농업 용수공급 체계를 지표수를 주수원으로 하고 지하수를 보조수원으로 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생산·가공·판매 등과 연계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현 정부가 생산기반과 유통·판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정적인 먹거리를 공급하는 푸드플랜을 강조하는데 밭기반 정비도 이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른 시설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관리할 사업주체도 개별농가에서 농업경영체, 영농조합 등 공동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지정토론]

△[좌장]손재권 전북대 교수=농업기반정비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온 입장에서 이번 토론회는 상당히 시의성이 있다고 본다. 내년에 밭농업 기반정비사업이 지방 이양되는 만큼 활성화를 위한 개선과제를 선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특히 밭기반 정비사업이 어려운 농어촌 지역에 경제활성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김재인 전남도 농업기반팀장=지방 이양 사업이 늘면서 지자체는 재정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밭기반 정비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려면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 사업유형을 다양화할 필요도 있다. 용수개발사업과 지역개발사업 등 다른 사업과 밭기반 정비사업을 연계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지자체에서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10ha 이상이었던 사업대상 규모를 소농을 위해 5~7ha정도로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최경문 무안군 경제건설국장=밭기반 정비사업은 단순정비, 복합정비, 종합정비 3개 유형으로 추진된다. 무안군은 현재까지 55개지구의 밭기반을 정비하면서 대부분 단순정비를 실시했다. 농로나 배수로 등 기반 정비를 한 가지 실시하는 식이다. 그러나 사업효과를 높이려면 경지정리 등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종합정비 유형으로 추진할 수 있으나 예산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애로가 있다. 이에 배수로 정비와 농로 확장 등과 경지정리도 병행할 수 있는 종합정비 유형 확대를 위해 사업비 단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채광석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밭기반 정비사업을 농지를 개량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농지를 유지·보존하는 일과 함께 농지를 정비하고 개량하는 일에도 책임이 있다. 농지를 유지·보존하려면 정비·개량하는 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농지법’ 제38조에서는 농지의 보전·관리 및 조성을 위해 ‘농지보전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지방 이양된 밭기반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려면 농지보전부담금을 농지의 정비·개량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기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관=농가가 밭농사를 지을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게 물관리다.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적게 주면 곧바로 농산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농업인이 밭에서 물관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특히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한 기술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ICT를 접목한 물관리 기반 구축을 통해 필지별로 필요한 만큼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소요되는 노동력도 줄이는 기술개발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박태선 한국농어촌공사 사업계획처장=최근 정부는 농업인에게 논에 다른 작물을 심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영세농이 논을 바꿔 밭으로 이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작목 전환 후 그에 따른 재배기술, 유통·판매 등을 모두 고려한 패키지 지원이 필요하다. 농어촌공사는 밭에 용수나 농로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이에 재배기술을 갖춘 농진청과 유통을 맡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유관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더욱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밭정비 기반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종훈 농식품부 농업기반과장=밭기반 정비를 시작한 지 20여년이 지났으나 아직 전체 밭 중 16% 밖에 정비되지 않았다. 지방 이양 후 밭기반 정비사업이 확대되려면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반드시 필요한 곳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가 강조될 수 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미 지방 이양 사업 간 유사·중복사업에 예산을 주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밭기반’ 외에 다른 사업명칭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밭기반 정비사업이 지금까지 추진률이 낮아 지방 이양됐는데 또 다시 밭기반이란 명칭이 들어간 사업이 추진되면 연계사업이라도 정부 지원을 받기 힘들 수 있다. 밭기반 사업 말고 밭지역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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