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방역 이뤄져야

[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DMZ에 이어 민통선서도
ASF 바이러스 검출

남북은 군사적 경계 넘어
전염성 질병 확산방지 위해 협력강화를

 

최근 비무장지대(DMZ)에 이어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내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방역 당국은 뒤늦게 멧돼지 포획 강화 조치를 발표하는 등 ASF 확산 방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발병 초기 감염 매개체로 높은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의심되던 야생멧돼지 관리에 대한 초기대응에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자 남북공조를 통해 접경지역을 포함한 DMZ내 야생멧돼지 관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 지난 2일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의 모습.

접경지역 멧돼지 폐사체, 7월부터 급증

국내 ASF 발생 가능성은 북한 내 ASF 발병 사실이 알려질 때부터 계속돼 왔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검역, 차단방역 등에 만전을 기했지만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 지역 양돈농가에서 끝내 ASF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후 정부의 역학조사가 진행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명확한 발병 원인을 밝혀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접경지역 내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급격히 늘어난 사실이 밝혀지면서 야생멧돼지 관리에 허점을 보인 환경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 비례)이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야생멧돼지 진단결과’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17건이었던 멧돼지 폐사체가 지난 7월 한 달에만 26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해 전국 멧돼지 폐사체 발견 건수가 4건인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후 폐사체는 8월 9건, 9월 23건, 10월 1일부터 6일까지 23건 등 다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올해 발견된 폐사체 98건 중 64건이 경기·강원 지역에 분포했는데, 문제는 대부분이 휴전선 접경지역 시·군이라 북한과의 연관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게 양돈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준영 김준영동물병원 대표는 “정부는 단순히 야생멧돼지가 ASF를 옮기느냐 안 옮기느냐만 판단할 게 아니라, 새를 비롯한 짐승들이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 등을 먹고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까지 놓치지 않고 방역정책을 폈어야 했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멧돼지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으니, 경기 북부지역과 또 다른 접경지역인 강원도 역시 도내 소규모 양돈농가를 포함한 농가의 울타리 설치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야생 조류의 침입을 방지할 수 있는 그물 등을 설치해 ASF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ASF 심각한 전염성 질병임을 명심해야

이처럼 야생멧돼지는 국내 ASF 발병 초기부터 유력한 감염 매개체로 지적돼 왔지만 DMZ는 국방부, 양돈농가 관리는 농식품부, 야생멧돼지 관리는 환경부가 각각 관리하면서 특히 야생멧돼지 관리에 대한 협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멧돼지의 직접적인 바이러스 전파, 멧돼지 간 순환감염, 폐사체 매개를 통한 전파 등을 방지하기 위해 환경부는 ASF가 심각한 전염성 질병임을 명심하고, 야생멧돼지 저감대책에 적극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권 의원 또한 “최근까지 환경부는 ‘전 세계적으로 멧돼지 이외의 동물에 의한 전파는 물렁진드기에 의한 전파밖에 없다’며 멧돼지가 ASF 전파 매개체의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며 “야생멧돼지 감염 사례가 나오고서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겠다’고 입장 변화를 보인 만큼 야생멧돼지 관리에 좀 더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ASF 방역 공조 시급

경기 북부지역 뿐만 아니라 이제는 강원도까지 ASF 확산 가능성이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 13일 접경지역 인근 7개 시·군의 야생멧돼지 전면 제거에 나설 것을 발표했다. 일부 감염농가에 멧돼지 침입 흔적이 발견되고 연천과 철원 지역 민통선 내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 사체가 나오자 특단의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방역을 위해서는 결국 북한과의 방역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더물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부가 남·북 방역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이인영 의원(더불어민주, 서울·구로갑)은 “정부는 재난과 질병은 군사적 경계를 넘어 우리 민족이 함께 대응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명확히 해 북한에 방역활동 공조를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훈 의원(더불어민주, 부천·원미을) 역시 “인천 강화군에서 멧돼지의 월남 사실이 확인된 만큼 DMZ 내에 대한 남북 공동 실태조사, 공동 방역을 통해 ASF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2007년 구제역 발생 당시 남북이 함께 방역활동을 실시했던 것처럼 북한은 우리 정부의 요청에 신속하게 화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에서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 2조 4항에는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ASF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공조가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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