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태풍 영향…품위 하락 '수급 비상'
강릉·해남지역 피해 커
절임배추 가격 30% 상승 전망
농식품부, 수급안정대책 추진

▲ 오현석 대아청과 영업팀 부장이 배추 경매를 하고 있다.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태풍 링링, 타파, 미탁의 영향으로 김장 배추 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흐린 날이 지속돼 일조량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태풍으로 전국 김장배추 주산지 30%가 피해를 입었다.

소비자들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배추 가격이 심상치 않게 형성되자 포장김치 구매를 늘렸으며 2~3개월 가량 먼저 준비한 절임배추를 대형유통업체를 통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평년 대비 포장김치 구매가 10% 이상 증가했으며 절임배추 소비는 30% 가량 늘었다.

생산자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배추가격이 낮게 형성된 상황에서 태풍으로 인한 피해까지 발생해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정식을 할 때마다 소득이 늘고 있는 게 아니라 빚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재배면적이 감소한 가운데 잦은 비와 태풍으로 품위가 하락하면서 전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올해 김장 배추, 무 수급 상황에 대해 짚어봤다.

# 잦은 비로 생산량 감소, 수율도 적어

산지유통인, 지역농협,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인들에 따르면 잇따른 태풍으로 인한 폭우로 김장배추를 주로 출하하는 강릉지역의 배추 밭 40%가 피해를 입었다.

김장배추를 주로 재배하는 강릉 송정지역은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300mm의 폭우가 내려 배추밭이 물바다로 변했다.

김규현 강릉농협 과장은 “잦은 비로 배추 작황이 저조한 상황에서 폭우가 내려 배추밭이 많이 망가졌다”며 “무름병과 뿌리썩음이 발생한 지역이 많을 뿐만 아니라 수율도 적어 생산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릉뿐만 아니라 춘천도 생육기 일조량이 적고 비가 자주와 작황이 저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품보다 품위가 낮은 배추가 더 많은 상황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영업팀 부장은 “김장철에 주로 소비되는 배추는 강릉과 아산에서 출하되는 배추인데 강릉지역에서 태풍으로 전체의 40%가 피해를 봐 걱정”이라며 “아산지역은 감모율은 20% 정도로 수급에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전국에서 출하되는 배추 품위가 좋지 않아 '상품'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 부장은 김장 성수기 '상품' 배추 도매가격을 10kg 기준 9000원 선으로 전망했다. 

태풍으로 해남지역의 배추 40%가 망가졌지만 품위 저하로 출하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돼 김장철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평년에는 초도물량 출하가 11월 20일 경 이뤄졌으나 올해는 출하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임배추로 김장을 하는 소비자의 경우 강릉과 해남지역 배추를 선호하는데 이 지역에서 피해가 크게 발생해 평년보다 절임배추 가격이 30%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또한 품위가 낮고 수율이 적은 배추가 대부분이어서 '상품' 배추를 구매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피해를 적게 본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나서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에 절임배추를 판매한다는 홍보를 진행 중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배추가격이 낮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농가가 대부분이었는데 태풍으로 생산량까지 감소해 농가에서 차기작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며 “배추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생산량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로 농가 입장에서는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들은 선별을 철저히 해야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 28일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을 통해 김장채소 공급 안정화, 김장비용 부담 완화, 김장문화 확산과 소비 촉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배추는 단기적 출하량 부족 상황에 대비해 김장 수요가 적은 11월 상순까지 수매비축 4500톤과 출하조절시설에 2500톤 등 총 7000톤을 저장해 수급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농협 계약재배 물량 4만4000톤을 활용해 김장 성수기 공급량을 평년대비 20%까지 확대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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