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소비자 함께하는 '도시장터'로 인기
판매보다 소비자와 대화통해 피드백 받고 농산물 신뢰도 쌓아
광고·홍보효과는 덤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상) 생산자 위한 마케팅·실험·협업의 장

(하) 자연스러운 식문화 체험·교육의 장

▲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농부시장 마르쉐@’ 전경.

‘농부시장 마르쉐@’(이하 농부시장)은 뜨거운 곳이다. 우선 농업인과 요리사 등이 모여 축제와 같은 장을 이루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소위 ‘핫’한 장소로 많이 알려져 있다. 또한 농부시장은 생산자와 생산자, 생산자와 소비자 간 소통과 협력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며 새로운 제품과 협력 방안이 끊임없이 창출되는 용광로 같은 곳이다. 이 같은 농부시장에서 생산자는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 지 알아봤다.

▲ 소비자들이 농부시장에서 오호영 새암농장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목이버섯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 안 사도 되니까 대화해요…마케팅과 실험의 장

농부시장은 ‘대화하는 농부시장’을 추구한다.

농부시장은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가가 만드는 도시장터’를 컨셉으로 2012년 10월 첫 장이 열렸다. 마르쉐@은 동네마다 작은 시장이 열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시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마르쉐(Marché)'에 장소 앞에 붙는 전치사 '앳(@)'을 붙인 명칭이다. (사)농부시장 마르쉐(이하 마르쉐)는 농부시장을 운영해오며 생산자와 소비자는 물론이고 농업인과 요리사, 수공예가 등 생산자도 서로 농업과 먹거리를 주제로 대화하고 관계를 맺으며 함께 성장한다는 인식을 공유해 왔다.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는 생산자들은 농부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농부시장에선 ‘장사’보다 ‘대화’를 통해 작물의 재배과정이나 효능, 조리법 등을 알리고 새로운 작물이나 신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데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오호영 새암농장 대표는 “생산자들은 농부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이루기보다 소비자와의 대화를 통해 광고·홍보 효과를 본다”며 “소비자에게 작물과 회사의 좋은 점을 알려 장기적 이익을 도모하고, 신제품에 대한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공주에서 토종작물을 키우는 황진웅 농업인도 “농부시장엔 장사보단 토종씨앗을 알리려고 매해 참여하고 있다”면서 “농부시장 초기엔 사람들이 토종씨앗에 대해 거의 몰랐는데, 최근엔 시장에 나올 때마다 방문하는 고정 수요층이 생겼다”고 밝혔다.

 

▲ 엄현정 프란로칼 셰프(오른쪽)와 김현숙 봉금의뜰 대표. 두 사람은 평소에도 서로 식재료를 나누고 음식 레시피를 개발하는 일을 돕는다. 

# 생산자 간 협업 장려하는 선순환 구축

농부시장에선 농업과 먹거리를 매개체로 한 생산자 간 다양한 협업 활동이 장려된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농부시장은 ‘토종’을 테마로 진행됐다. 이에 농업인들은 이날 시장에서 국내 토종씨앗으로 키운 다양한 작물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행사 전에 미리 농업인과 요리사, 식품가공업체 등이 협업해 토종곡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그래놀라 등의 가공제품도 소개됐다. 농업인이 공급한 토종작물로 만든 요리도 공급됐다.

마르쉐에 따르면 농부시장에는 평균 79팀이 참석하며, 농부팀 53%, 요리팀 28%, 수공예팀 10%, 이벤트팀 9%로 구성된다. 이처럼 다양한 직군의 생산자들이 농부시장 안팎에서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에게 좋은 원료를 공급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농부시장에 참여한 엄현정 프란로칼(Fran Lokal) 셰프는 “이번 농부시장의 테마인 ‘토종’에 맞춰 농가로부터 토종작물을 공급받아 그래놀라와 쿠키 등을 만들었다”며 “이곳에서 만난 농업인으로부터 평소에도 유기농 작물을 공급받아 요리하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산자 간 협업은 마르쉐가 농업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마르쉐는 농업인 간 작목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하면서 농업인 각자가 작목과 씨앗의 특성, 문화적 자원 등을 토대로 농부시장 내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여러 농업인이 갖는 정체성은 곧 다양성이 되며, 이는 더욱 다양한 요리 레시피 개발 등으로 이어진다.

이보은 마르쉐 상임이사는 “100명의 농업인이 있으면 각자 키우는 작물과 씨앗이 달라 100개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며 “농부시장에선 농업인들이 각자 개성 있는 작물을 선보이고, 요리사들은 또 이를 자신의 개성 있는 요리로 연결시키는 등 다양성을 장려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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