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암초 부딪힌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를 두고 부산시와 주주조합간 입장차를 보이고있다. 사진은 부산공동어시장 전경.


주주조합 
공영화 이후 법인운영문제
어업인이 어시장 경영해야 

부산시 
공공출자법인 설립
시가 운영권 가져야 
공영화 위한 협상 마무리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 논의가 지분율 문제로 암초에 부딪혔다.

부산시와 부산공동어시장 조합공동사업법인, 부산공동어시장 주주조합 등은 지난 20일 ‘부산공동어시장 자산평가금액 확정 및 청산협의’를 갖고 부산공동어시장의 공영화와 현대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부산시는 지분가치 1207억원과 현대화사업비 1729억원을 새로 설립될 공공출자법인의 자본금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 부산공동어시장 주주조합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 논의의 과정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 파행적 시장운영, 시장 공영화 요구로 이어져

부산공동어시장의 공영화는 어시장의 파행적인 시장운영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부산공동어시장은 부산시수협, 대형선망수협,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경남정치망수협 등 5개 수협이 각각 20%의 지분을 소유한 어시장이다. 시장운영과정에서 위판을 하지 않는 주주조합에서는 배당금 성격을 띤 ‘운영조성금’을 받아가고 이를 법인의 비용으로 처리했다. 이는 공동어시장의 적자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또한 이주학 전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재직 시절 불거진 채용비리나 인사비리 문제, 주주조합 간 이견으로 수차례 신임 대표이사 선출이 불발되며 장기간 이어진 경영공백, 낙후된 시설로 인한 수산물 위생·안전성 문제 등으로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어시장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공영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조건 역시 시장의 공영화가 필요한 이유중 하나다. 해수부에 따르면 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당시의 보조금 관리규정에 따라 부산공동어시장은 보조사업자인 부산시를 개설권자로 하는 도매시장으로 전환해야 시장의 현대화사업이 가능한 구조다.

이에 부산시에서는 주주조합이 가진 어시장 지분을 인수, 어시장을 중앙도매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6월에는 주주조합과 공영화와 현대화사업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 예고된 청산 불발

공동어시장 공영화를 위한 청산절차는 시작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부산공동어시장 조공법인의 청산을 위해서는 5개 주주조합중 4개소 이상이 청산에 동의해야한다. 하지만 청산논의를 시작할때부터 지분의 감정평가 금액, 지분청산 조건, 청산 이후 법인 운영문제, 항운노조 퇴직금 문제 등을 두고 부산시와 주주조합 각각에서 입장차를 보여 왔다. 특히 부산공동어시장의 최대고객인 대형선망수협에서는 공영화 이후 법인운영 문제에서 어업인이 어시장을 경영해야 한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한 반면 부산시는 공공출자법인을 설립, 시가 운영권을 가져가는 지배구조를 구상해 왔다. 시작부터 입장차이가 너무 극명했던 것이다.

이 가운데 부산시가 공동어시장의 자본금을 지분의 평가가치인 1207억원에 1729억원의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비를 더한 3936억원으로 산정하면서 오히려 청산에 반대하는 주주조합만 늘어났다. 부산시가 제시한 청산안대로 진행된다면 지분투자형태로 재투자를 희망하는 조합들은 청산을 통해 배분받은 금액의 전액을 투입해도 조합의 지분율은 20%에서 8%로 급격히 감소한다. 이에 대해 주주조합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더 이상의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 공공출자법인, 시장 공영화 ‘걸림돌’

공동어시장 공영화 논의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공공출자법인 설립이다.

부산시는 지난 6월 체결한 업무협약에서 시가 어시장 관리·운영을 위해 설립하는 공공출자법인에 대해 명문화 하고 있으며 신설될 공공출자법인의 지배구조는 부산시가 주축이 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 따르면 중앙도매시장개설자는 농림축산식품부령 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부류에 대해 도매법인을 둬야 하며 개설자는 도매시장의 효율적인 관리·운영에 필요할 경우 도매시장법인의 업무를 수행하게 할 공공출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출자법인을 통한 운영은 통상적인 도매시장의 운영이 아니다. 농안법상 도매시장 32개소 중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관리하고 있는 곳은 춘천도매시장 1개소다. 춘천농수산물 도매시장은 2008년 이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위탁관리해오다 내년부터는 다시 춘천시로 관리권이 넘어간다. 이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매시장의 관리는 개설권자가, 도매법인은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부산시가 중심이 된 공공출자법인이 설립돼 어시장의 경영을 맡을 경우 시장 운영을 둘러싼 또다른 잡음이 발생할 공산이 큰 실정이다.

주주조합이 취하고 있는 입장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주주조합에서는 지분법상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서 지분율은 20% 이하로 줄이고 경영에는 조합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원하고 있다. 경영은 하되 책임은 지지않는 구조를 만들자는 얘기다.

 

# 지연되는 현대화

부산공동어시장의 공영화가 지연되면서 어시장의 현대화도 함께 늦춰지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의 현대화사업비는 2015년에 사업비 부담비율까지 확정지었으나 아직 한발도 내딛지 못한 상태다. 주주조합에서는 자부담비용 이외에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산시는 공영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공영화 논의가 장기화 되는 만큼 현대화사업도 지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주주조합에서는 공영화를 위한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현대화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시와 공동어시장 주주조합이 공영화와 관련한 세부사항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공동어시장 주주조합의 한 관계자는 “어시장 청산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지금까지 큰 틀에서 공영화에 나선다는 것에만 합의했지 세부적인 것은 제대로 합의를 이룬 것이 거의 없다”며 “평가된 주주조합의 지분가치, 신설될 법인의 운영주체, 지분청산문제, 어시장 법인의 고용승계문제, 항운노조의 퇴직금문제 등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문제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해 하나씩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부산공동어시장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부산시가 시장을 인수, 운영은 어시장 조공법인에게 맡기는 도매시장의 구조를 그대로 차용하면 된다”며 “주주조합에서도 권한은 누리면서 경영책임은 회피하려 들게 아니라 권한과 책임 모두를 받아들여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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