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 특집] 한국농업 '점프 UP' ①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직불제

사회적 공감대 형성…국민이 농업·농촌 공익적 이한태 기자l승인2020.01.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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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는 연방헌법에서 농업조항인 104조를 근거로 농업의 다원적, 공익적 기능을 강화해 왔다. 2017년 자료 퍼옴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현행 직불제 지나치게 쌀 생산에 치중, 공급과잉 유발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 반영한 제도 개선
-소규모·밭작물 재배농가 등 지원 강화
-쌀 집중·영농규모 형평성 문제 개선하는데 주안점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은 농업계 숙원이자 농정개혁의 핵심
-제대로 이루기 위한 예산 충분히 확보
-농업 예산도 전체 국가 예산증가율 수준으로 확대해야

대한민국 농업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농업분야에서도 생산성 증대를 위한 정책에서 나아가 농업·농촌의 삶의 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의 농정은 ‘사람’과 ‘농촌’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한 다양한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정 개혁의 가장 핵심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현행 직불제를 공익형 직불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이를 토대로 농업과 농촌, 농업인의 역할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 반영한 제도 개선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은 현행 직불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 요구와 함께 농업·농촌, 농업인이 수행하고 있는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대해 제도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현행 직불제는 지나치게 쌀에 편중,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으며 다양한 정책 목표가 혼재됐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특히 쌀에 집중되다보니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도 했으며 농지를 기본으로 지급해 영농규모에 따른 편차도 컸다.

이러한 왜곡문제나 형평성 문제와 함께 농업인의 소득을 지원하는 성격으로 인식돼 왔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이나 공익적 가치의 확산에 대한 기여가 부족해 효과가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는 생각보다 크고 중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근 자료에 따르면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이 지닌 경제적 가치는 환경보전(홍수조절·지하수 함양·기온순화·대기정화·토양유실저감·축산분뇨 소화·수질 정화) 약 18조6343억원, 농촌경관 약 2조452억원, 사회·문화적 기능 약 4조1040억원, 식량안보기능 약 3조1158억원 등 연간 약 27조8993억원으로 평가됐다.

농촌진흥청의 2006년 자료에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별 공익적 가치를 농업 49조8161억원, 임업 49조9510억원 등 총 99조7671억원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역시 이러한 농업·농촌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이 도시민 1500명 대상으로 실시해 2018년 발표한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농업·농촌의 가치를 인식했다.

이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확대시키기 위한 직불제 개편이 필요한 것이다.

# 소규모 농가·밭작물 재배농가 지원 강화

현행 직불제를 공익형 직불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최근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 천안을)을 비롯한 18명의 의원이 ‘농업소득보전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국회의 공전으로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는 소규모 농가, 밭작물 재배농가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쌀 집중 문제와 영농규모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재 6개로 나뉜 직불제를 통합하되 기본형과 선택형으로 구분해 운영한다. 기본형은 작물과 관계없이 농지를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며 선택형은 특수한 목적을 달성할 경우 추가로 지급한다. 재배작물에 대한 차등은 없지만 재배면적에 따라서는 농가 규모를 3~4개 구간으로 나눠 규모가 작은 농가가 많은 직불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일정 수준 이하의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 재배작물이나 소득과 상관없이 직불금이 지급된다.

쌀 변동직불제 폐지에 대한 농업인의 불안감이 큰데 이는 선제적 시장격리 등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안정으로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 예산확보·토지개혁·준수의무 등 과제

하지만 여전히 예산 확보, 쌀 수급조절 대책의 실효성, 토지개혁, 준수의무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공익형 직불제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차기 회의부터는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이다. 이와 함께 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근본적 체질 개선을 언급하며 공익형 직불제 도입 등 농업 관련 예산 2조2000억원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에서 3조원 이상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국회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2조2000억원보다 증액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제스처로 풀이되지만 농업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2018년 10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TF팀은 공익형 직불제 관련 예산을 매년 1조원씩 늘려 2022년까지 5조2000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광천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총장은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은 농업계의 숙원이자 농정개혁의 핵심이다”며 “이를 제대로 이루기 위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고, 농업 예산도 전체 국가 예산증가율 수준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자동시장격리제에 대한 우려다. 농업계에서는 시장격리 시점, 가격 등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가 선행돼야 제도가 실효성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공익형 직불제가 여전히 토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농업인의 50% 이상이 임차농인 만큼 부재지주 문제를 비롯한 토지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임차농이 전체 농업인의 50%가 넘는 상황에서 직불제 개편은 농지개혁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며 “농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농업인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준수의무에 대한 규정도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선택형 직불제에 적용될 가능성이 큰 준수의무는 의무수준과 평가, 대상 등 앞으로 의견을 수렴해가는 과정부터 진통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북지역 한 농업인은 “친환경이나 유기농 재배를 하는 농업인들의 경우 친환경이나 유기농 재배와 관련한 준수의무를 얘기하지만 관행재배를 하는 농업인들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진다”며 “준수의무라는 말 자체부터 반감을 갖는 농업인도 있다”고 말했다.

# 농업·농촌에서 국민으로 공감대 확대해야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고 공익형 직불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소통과 공감대 확대가 강조되고 있다.

김태훈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농업·농촌의 길 2019’에서 “직불제 개편방향이나 세부 개편안을 마련함에 있어 쟁점별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차준수는 직불금을 수령하는 농가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요구로 이를 위한 세부시행 방안의 구체화와 목적, 범위 등의 설정을 위한 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익형 직불제 예산을 포함한 농업예산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 등을 두고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해 농업과 농촌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정의 대상이 농업·농촌·농업인에서 일반 국민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인식도 함께 확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진도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국민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농어업·농어촌의 문제는 농어업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태 기자  lht0203@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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