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면초가에 빠진 '제주 농산물' (上) 감귤

감귤 가격 하락 지속될 듯…농가는 원가도 못건져 박현렬 기자l승인2020.01.1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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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중앙청과 경매장에서 감귤 하역작업이 진행 중이다.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上) 감귤
(下) 월동채소

지난해 가을 세 번의 잇따른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도 농산물 작황에 문제가 발생했다. 감귤의 경우 극조생부터 지난해와 평년 대비 당도가 하락하면서 소비가 침체됐다. 감귤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맛을 본 후 재 구매를 꺼렸으며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제주도에서 자가농장 수매 격리사업과 감귤 수급안정과 가격회복을 위해 2019년산 노지감귤 2L 규격을 시장 격리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농업인 단체와 출하자들의 전언이다.

무, 양배추, 당근은 재파종을 했음에도 전체 생산량 중 30% 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이에 도매가격이 상승했지만 출하자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시세차익을 노린 수입농산물의 반입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농가피해가 발생했다. 다음달 이후 출하가 지연됐던 농산물이 과잉 출하될 것으로 예상돼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 맛 없는 감귤로 인식 구매 꺼려

지난해 10월 노지온주 감귤의 생육은 연이은 태풍과 잦은 강우로 검은별무늬병, 궤양병, 역병 등과 열과 발생이 많았으며 생육기 집중된 호우로 당도가 급격히 하락했다. 감귤이 출하되길 기다렸던 소비자들은 극조생, 조생 감귤의 품위와 맛을 본 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감귤 고유의 향이 적을 뿐 아니라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고 느낄 정도로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여파는 노지 감귤에 이어 비가림 감귤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길석 중앙청과 이사는 “소비자들이 과일을 구매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이 맛인데 감귤의 경우 잦은 비로 당도가 낮아 재구매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설 명절 이후 노지 보다 당도가 높은 비가림 감귤 출하가 집중되겠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이 올해 감귤은 맛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2019년산 가공용감귤 수급 안정을 위한 자가농장 수매 격리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출하자들의 전언이다.

또한 2L 규격 감귤의 시장격리도 추진 중이지만 출하량을 줄였음에도 가격은 기대만큼 상승하지 않았다.

김한수 서울청과 과일팀 대리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감귤 2L 규격이 2주간 출하되지 않았지만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소비지에서 낮은 가격의 감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상대적으로 당도가 높다고 느끼는 딸기나 초도물량이 출하되기 시작한 참외의 구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비가림 감귤까지 지난해 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동월에는 당도가 높은 비가림 감귤의 가격이 5kg 상품기준 2만5000원을 형성했지만 현재 분위기상 2만원까지 상승할 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 원가 조차 건지지 못하는 감귤 농가

감귤은 과가 큰 2L이나 L 규격보다 M이나 S, SS의 가격이 좀 더 높게 형성된다. 소비자들은 과가 큰 감귤 보다 작은 감귤의 식감이 좋고 당도가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감귤가격이 낮게 형성되자 제주도와 농·감협, 제주도개발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3만톤 정도를 자가농장 수매 격리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격리단가는 kg당 180원으로 결정됐다. 또한 2L 규격 감귤 시장격리사업도 kg당 300원으로 추진 중이다.

지자체가 나서 감귤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농가들은 그럼에도 원가조차 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2L 규격의 5kg 생산원가가 3800원인데 kg당 300원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농가들은 출하해도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자체적으로 폐기하고 있지만 이 같은 조치가 감귤 도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주감협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전까지 일조량이 좋아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품위와 당도 하락으로 10% 감소했다”며 “소비가 침체되고 있어 비가림 감귤이 출하된다고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최근 제주도청 앞에서 가격 안정제를 요구하는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감귤 가격 하락으로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며 “감귤농가들이 최저 생산비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가격 안정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주도가 3년 전에 농산물 가격안정제도를 마련했지만 예산을 이유로 시행을 미루고 있다”며 “가격안정제와 더불어 감귤과 같은 과일에는 공공수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렬 기자  hroul0223@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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