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환경기획부장(한국토양비료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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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환경기획부장(한국토양비료학회 부회장)

정부는 토양의 소중함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정했다. 토양이란 지각 표면에 있는 부드러운 물질로 인류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토양을 잘 가꾸고 오염시키지 말아야 하나, 실제 토양이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는 지 아는 이는 드물다. 

 

토양은 첫째, 생태학적으로 이로운 기능을 한다. 생태계는 물질순환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는데, 토양 내 미생물이 분해자 역할을 맡아 생태계의 기본적 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농경학적 기능을 한다. 농업생산에 있어서 토양은 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최근 들어 시설재배에서 토양 없이 일부 배지재배를 하지만 그 또한 토양학적 원리를 이용한 유사토양물질에서 재배하는 것이다. 셋째, 지질학적 기능이 있다. 토양은 많은 공극을 가지고 있어 수자원을 담고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비가 오면 물을 먹고 있다가 필요할 때 내어 놓는다. 비가 오지 않아도 냇물에 물이 흐르는 이유가 바로 토양 때문이다. 넷째, 토목학적 기능도 있다. 도로와 건물 지지 기능과 관로 등 시설물 매설 기능이 있다. 토양에 부분 매립돼 있는 건물은 안전하며 토양에 매설돼 있는 각종 배관이나 전기 선로가 토양이기에 안전하고 시공도 간편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사·고고학적 기능을 한다. 토양에는 문화재가 매장돼 있다. 인류의 역사가 토양에 묻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토양은 자연과학부터 응용과학,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의 깊은 곳에 자리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연체이다. 

 

이러한 토양이 가지는 기능을 나쁘게 하는 행위나 상태를 ‘토양오염’이라 한다. 토양이 이토록 우리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토양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지 않거나 좋은 개량제를 투입하는 것이 토양 보호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 들어 대한민국 농정에선 공익직불제가 큰 화두이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있기 때문에 농업 자체가 공익직불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언급한 토양의 기능을 살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토양을 가꾸는 행위도 공익성을 담보하는 행위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흙의 날을 맞이해 농업의 공익성과 그에 대한 지원을 고민하는 농정 당국에서 토양의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발굴과 지원방안 마련에도 힘써 주길 소망해본다. 흙은 참 좋은 것이다. 어여삐 여겨야 할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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