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이한태 기자] 

농업계 후보자는 당선권과
거리가 먼 번호 배정

일반경쟁분야로 투표 거쳐
농업계 인사 진출 쉽지 않아

농축산업 대변할 비례대표 선정해야

 

각 정당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농업계 후보자들은 사실상 당선권에서 멀리 배정돼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난과 더불어 농업 ‘홀대’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총선을 한 달 가량 앞두고 각 당들은 지역구 공천자와 비례대표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자의 경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략 공천 등 다양한 이유로 후보자를 발굴·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각 정당들의 약속과는 달리 농업계 후보자는 당선권과 거리가 먼 번호를 배정받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은 농업계 비례대표 후보로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과 김상민 전국 농어민위원회 위원장을 각각 17번과 18번에 배정했다. 미래한국당은 지난 16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운천 미래한국당 최고위원을 비례 18번에 확정했다. 농업인 비례대표 후보자를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겠다던 정의당은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에게 비례 14번을 줬다. 민중당에서는 김영호 전 전농 의장을 비례 2번에 전진배치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며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속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3월 2주차 리얼미터 정당지지도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40.2%, 미래통합당 32.5%, 국민의당 4.6%, 정의당 4.1%, 우리공화당 2.6%, 민생당 1.9%, 민중당 1.3% 등의 순을 나타냈다. 이를 지난해 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반영해 의석 수를 계산해보면 정당득표율이 40% 전후의 정당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는 20석 가량이다. 또한 정당득표율 40% 전후의 정당이 2곳이 있다고 가정하면 득표율 4~5%의 정당이 차지할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2~3석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농업계 비례대표 후보자를 17번과 18번에 배치했지만 비례연합을 만들며 더민주 비례대표를 7명만 배치하겠다고 해 농업계 비례대표 후보자는 당선권과 멀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한국당 정 의원은 안정권처럼 보이지만 이후 불거진 미래통합당과의 마찰로 잡음이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꿈꿨던 정의당은 비례 위성정당 탄생으로 비례대표 후보자의 당선 안정권이 불과 2~3석으로 축소됐으며, 민중당은 최소 정당득표율 3%를 넘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21대 국회에서 농업계 비례대표의 국회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운데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여야정당의 농업계 인사 비례대표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정당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고, 농업이 제한경쟁분야 순위로 할당된 것이 아니라 일반경쟁분야로 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농업계 인사의 진출이 어려운 점이 많다”며 “비례대표는 사회경제적 소수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농축산업을 대변할 비례대표를 선정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16일 현재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는 농업계 인사로는 △더불어민주당에 최재관 전 대통령비서실 농해수비서관(여주·양평), 신정훈 전 의원(나주·화순), 이개호 의원(담양·함평· 영광·장성), 이석형 전 산림조합중앙회장(광주 광산갑), 김현권 의원(구미을), 서필상 전 전국농협노동조합 위원장(산청·함양·거창·합천), 송성일 전 경북 봉화군농민회장(영양·영덕·봉화·울진), 강준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부산 남구갑) △미래통합당에 김재수 전 농식품부 장관(대구 동구을), 하영제 전 농식품부 차관(사천·남해·하동), 황규필 전 한국당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부산진), 홍병천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홍천·횡성·영월·평창) △민중당 전성기 경남 함양군농민회장(산청·함양·거창·합천), 안주용 전 전농 광주전남연맹 부의장(나주·화순) 등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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