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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농훈 건국대 교수

올해 1월부터 국내에서도 발병이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 전체가 지금 극심한 정체 분위기에 놓여있다. 축산분야만을 떼어놓고 생각해도 침체의 넓이나 깊이가 얼마나 될지 헤아려지지 않는다. 고기나 우유의 소비감소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경기와 강원도 북부지역의 야생 돼지 폐사체에서는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산발적으로 계속 검출되고 있고, 강원도에서는 검출되는 지역도 동쪽과 남쪽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심히 우려되는 소식이다. 얼마 전 ASF 바이러스가 농가에서 발생했던 지역의 업무담당 공무원 이 과로 누적으로 쓰러져 사망했다는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해당 지역에서 양돈업을 했거나 양돈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가슴 속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글로 쓰기에 참으로 송구하지만 재입식 허락만을 기다리고 있을 지역의 양돈 관계자들의 가슴속은 검은색의 숯도 다 타고 지금은 하얀 재만 남아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이다’, ‘표본이다’라고 평가받는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을 생각한다. 외부로부터의 평가에 공감하고, 우리의 방역 역량에 대해 감탄한다. 국내에서 십여 년 전 발생했던 ‘사스’와 몇 년 전 발생했던 ‘메르스’ 이후 생물학적 병원체 대응에 대한 방역 역량의 비약적인 발전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으론 국내 축산분야의 방역 수준을 코로나19 방역과 비교해본다. 아직도 심히 염려되는 수준일까? 필자는 국내 축산분야의 방역도 지금은 사람 중심의 공중보건 분야 못지않게 수준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 우리네 속담에 '불행 중 다행이다'라는 말이 있다. 국내 축산분야 방역 수준은 ASF 바이러스 유입을 계기로 비약적인 변화가 있었다. 현장을 자주 다니는 필자를 포함한 현장의 전문인들 눈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방역현장의 모습이 보인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및 축산인 모두의 공통된 노력의 결과다. 
 

예를 들면 그동안 기계적 역량 및 운영에 아주 문제가 많았던 거점소독시설의 경우, 문제점들의 다 보완돼 이제는 믿고 쓸 수 있는 수준에서 설치·운영되고 있다. 또한 시설이 잘된 양돈장의 경우 방역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높은 수준에서 차단 및 소독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외부로부터의 농장 내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위한 올바른 소독법 및 기타 차단절차에 대한 매뉴얼도 보급돼 현장에서 잘 준수되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론 ASF의 경우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를 현장에서 신속히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이미 개발·보급되어 있다. 따라서 돼지의 입식이나 출하 등의 이동 전 검사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질병의 확산을 관리하듯, 비록 야생의 돼지에서는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지역이라도, 사육하는 돼지에 대한 관리는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경기와 강원도 북부지역 야생 돼지 폐사체에서는 ASF 바이러스가 산발적으로 계속 검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근 지역의 사육하는 돼지에서는 그동안 발병이 없었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다른 정책의 효과도 있겠지만, 이는 종합적으로 수준이 높아진 해당 지역 양돈농장의 방역 효과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는가? 이제는 야생 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분리되는 지역에서라도, 정부산하 전문기관과 지방정부 업무부서의 안내와 관리·감독에 따라 돼지사육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인데 이는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합심해서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것이 있을까?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우리 사회의 극심한 경제적 침체와 ASF로 인한 경기와 강원 북부지역에서의 양돈농가가 겪는 어려움이 조속히 극복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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