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대책… 관리·감독기구 제 역할 다해야
영업실태 특별조사, 거래신고 시스템 개선 등 추진
출하대금미지급 가능성 상존
불법전대 뿌리 뽑기 어려워

▲ 상장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병행 운영되고 있는 강서농산물도매시장. 최근 불법전대와 출하대금미지급 문제가 발생했으며 시장 내 더 많은 불법행위가 상존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최근 강서농산물도매시장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와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 간 거래, 출하대금미지급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강서시장 공공성·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꾸려진 대책은 크게 영업실태 특별조사, 시설물 관리 공공성 강화, 거래신고 시스템 개선, 법령과 제도개선, 출하자 대상 홍보 강화, 유통인 의식 개선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학계와 농업인단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인들은 서울시공사가 불법전대와 출하대금미지급 사태를 출하자의 민원을 통해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지금에서야 마련한 대책은 보여주기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관리·감독기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은 없이 모든 문제를 시장 내 유통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서시장 공공성·투명성 제고방안의 세부내용과 지적 사항에 대해 짚어봤다.

# 불법전대 뿌리 뽑을 수 있나

서울시공사는 시설물 관리 공공성 강화 부문에 도매시장법인·시장도매인의 시설물 전대 처분 기준을 당초 1차 경고에서 1차 업무정지 3개월로 바꾸고 점포전대·허가권 대여자의 후속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점포전대·허가권 대여 신고 포상금제 운영과 점포전대·허가권 대여 유통인 자진 신고, 불법 거래 신고소와 핫라인 운영 강화 등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단속 인력이 부족하고 증거가 명확하지 않을 시 전대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공사의 입장이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불법전대 조사도 마찬가지다. 전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 그에 부합한 증거를 제시해 달라는 게 공사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실제 본 기자가 중도매인의 이탈영업과 불법전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증거가 있어야 세부적인 조사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다면 적발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해 강서시장에 마련된 불법 거래 신고센터의 실적이 미미한 이유는 민원, 내부자들에 대한 고발만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대책이 불법전대를 시장에서 뿌리 뽑기는커녕 보여주기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단속 인원도 적고 불법전대 실태조사에 매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던 서울시공사가 내놓은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시장 내 혼란을 야기하고 출하대금미지급의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강서시장의 대책을 이렇게밖에 꾸릴 수 없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 관리·감독기구의 반성, 대책은 전무

강서시장 공공성·투명성 제고 대책에 가장 많은 문제를 지적하는 사항은 관리·감독기구인 서울시공사의 반성과 대책이 빠져 있다는 부분이다.

모든 문제가 시장 내 유통인에게만 있다는 골자의 대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송품장을 시장도매인이 서울시공사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출하자를 보호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없다.

시장 내 유통인을 관리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는데 모든 문제가 법과 조례가 갖춰지지 않아 발생한 것처럼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과 농업인단체들의 지적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실장은 “서울시공사가 관리·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장 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시장 내 유통인들에게 귀결시키고 있다”며 “시장 내 무자료 거래, 물량 탈루 등으로 출하자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유통인에게만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부터 고민해야 하는데 이번 대책에는 그런 점이 철저히 배제됐다”며 “농안법,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관리기구가 힘만 키우는 상황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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