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수산물 보다 육류 선호…국내산 수산물 소비확대 방안 마련해야
국내산 수산물 소비확대 위해 식생활교육 선행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수산식품 소비트렌드 반영한 HMR상품 개발 등 수산업계의 경쟁력 제고 위한 특단의 조치 마련돼야

- '바닥경매' 유통관행 여전

- 생산량 증대만 집중…선도관리 시설 마련된 선박 찾기 힘들어

- 낙후된 생산·유통시설로 선도저하

 

국내산 수산물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수산물 수입량은 증가하고 있다. 수산정보포탈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91만4570톤으로 또 다시 100만 톤 이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수산물 수입량은 103만189톤을 기록했다.

수입수산물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국내산 수산물시장, 해법이 무엇일지 살펴봤다.

(1) 식탁 장악한 수입수산물

수입수산물은 바야흐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를 비롯한 시장개방과 국내 수산물 생산량 감소, 소비자의 수산물 선호도 변화 등에 따른 것이다. 특히 연어류는 빠르게 횟감용 활어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새우류나 갑각류, 연체류 등의 수입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 늘어나는 수산물 수입

수산물 수입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FTA이행지원센터에 따르면 1990년 28만5934톤이었던 수산물 수입량은 개방화 등이 맞물리며 빠르게 증가, 2001년 105만6252톤으로 증가한데 이어 2018년 155만4456톤까지 늘었고 지난해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152만7447톤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산물 수입액은 3억6809만5000달러에서 56억2279만 달러로 15배 이상 늘었다.

수산동물인 어류와 갑각류, 연체동물의 수입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2010년 111만6447톤이던 어류·갑각류·연체동물 수입량은 2018년 142만171톤으로 늘었다가 지난해는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든 138만1759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9억5538만 달러에서 52억3641만 달러로 늘었다.

이같은 수입증가는 소비자들의 식생활 변화와 국내 어획량 감소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 수산물 자급률 ‘뚝’

국내산 수산물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자급률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17식품수급표에 따르면 어패류 자급률은 20년이 되지 않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1990년 121.7%였던 어패류 자급률은 2017년 53.7%까지 하락했다. 해조류 역시 자급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1990년 172.8%였던 자급률은 2017년 118.1%까지 하락했다.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자급률은 국내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누고 여기에 100을 곱하게 된다. 국내 소비량은 식용과 가공용, 종자용, 감모량을 모두 포함한다. 해조류나 대중어의 상당량은 양식수산물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반면 수입되는 수산물은 식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국내산 수산물 중 식용으로 공급되는 수산물만 따질 경우 자급률은 더욱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김수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대중어관측팀장은 “수산물의 수입이 다변화되는 것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다양해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수산물의 자급률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것은 수입수산물에 의해 국내 수산물시장이 좌지우지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급률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달라진 소비자, 변하지 않은 생산자

국내산 수산물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소비시장의 변화에 생산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국내 수산물 생산이 감소한 것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우리 밥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연어가 이제 젊은 층이 선호하는 횟감으로 등극했다. 또한 타이거새우 등 수입새우류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으며 수산물을 조리하는 행태 역시 달라지고 있다. 반면 국내산 수산물은 전통적인 수산물 소비형태에 맞춘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

HMR(가정간편식)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산물 가공식품은 이같은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으며 수산가공품의 대표 주자인 캔 제품 역시 낮은 품질과 저가의 이미지에 머물렀다. 최근 CJ를 비롯한 대기업이 수산물 HMR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수입수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수산물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상승도 국내산 수산물의 소비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근해 수산물의 생산량은 양식어업 생산량의 빠른 증가로 증가세에 있다. 1990년 224만4541톤이던 연근해 수산물 생산량은 지난해 328만6613톤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는 해조류의 급격한 성장일 뿐 단백질을 공급하는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1990년 147만1810톤을 기록했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지난해 91만4229톤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신선어개류 물가지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을 100으로 한 신선어개류 물가지수는 1990년 29.215에서 지난해 110.78까지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높은 수준이다.

(2) 선호도 떨어지는 국내산 수산물

국내산 수산물이 단체급식에서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산업계에서는 ‘나이가 들면 수산물을 먹게 된다’며 젊은 층의 수산물 소비기피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하지만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 통계의 착시에 빠진 수산물 소비량

‘세계에서 수산물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수산물 소비량이 가장 많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통계집계방식에서 오는 착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수부가 밝힌 국민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58.4kg으로 일본에 비해서도 8kg 가량이 많다. 수산물 소비량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세계수산업·양식업현황자료를 인용한 수치다. 하지만 이는 수산물 생산을 위해 재투입된 수산물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양식어류의 사료요구율은 생사료 기준 5kg 수준이다. 양식어류 1kg을 생산하기 위해 어류 5kg이 들어가는 것이다. 현재의 통계 집계방식대로라면 소비자들이 1kg의 양식어류를 섭취할 경우 6kg의 수산물을 소비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런 통계치들을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수산물 섭취량이 많다는 것을 믿는 수산업계 종사자가 있겠나”라며 “통계치 자체가 잘못된 경우 정책방향은 더욱 틀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 수산물 시장의 수입의존도를 보다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통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청소년, ‘수산물’ 보다는 ‘육류’

수산물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은 청소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해 8월 전국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같은 가격이라면 육류보다 수산물을 먹을 것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3.5%가 ‘아니다’고 답했으며 24.2%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학교급식으로 육류가 나올 때 보다 수산물이 나올 때 기분이 더 좋다는 응답도 11.7%에 그쳤다.

수산물에 대한 선호도는 특정 부류에 그쳤다. 선호하는 수산물을 묻는 질문에 새우를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35.1%로 가장 많았고, 고등어 23.0%, 연어 20.7%, 대게 19.2% 등이었다. 요리형태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역시 생선회와 초밥이 전체 응답의 54.9%를 차지했고, 구이류가 26.2%, 전·부침류가 22.2% 등의 순이었다.

청소년들에 대한 설문조사는 미래의 소비자들이 수산물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크다. 현재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될 경우 수산물의 선호도는 육류에 비해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헌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수산물 지출통계를 보면 수산물 가격이 올라가는데 반해 지출하는 금액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이 수산물 소비량을 오히려 줄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산업적인 관점에서는 수산물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떨어지는 품질, 약해지는 ‘국내산 충성도’

국산 수산물의 또 다른 문제점은 품질 경쟁력이다.

대한민국의 경제규모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으며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수산분야는 여전히 낙후된 생산·유통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산지위판장이라 할 수 있는 부산공동어시장만해도 속칭 ‘바닥경매’와 같은 유통관행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선박 역시 생산량을 증대하는데 집중할 뿐 선도관리를 위한 시설이 마련된 선박은 찾아보기 힘들다. 낙후된 생산·유통시설은 선도저하로 이어졌고, 이는 곧 국내산 수산물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국내 수산업의 이같은 취약점이 수산선진국에는 고스란히 장점이 됐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등의 국가는 높은 선도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다. NSC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시장공략 끝에 연어 시장과 고등어 시장을 개척한데 이어 추가적인 품목도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는 약해지고 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 컸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오염물질이 해상에 유출, 국내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이는 곧 먼 거리에 있는 수산선진국들이 수출시장을 확대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3) 국내산수산물 소비확대, 무엇이 필요한가

국내산 수산물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식생활교육과 수산업계 내부의 경쟁력강화, 다양한 상품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래의 소비자인 청소년과 아동들에 대한 식생활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 수산업 경영체의 품질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 중요성 커지는 식생활교육

국내산 수산물의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식생활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내 식생활교육의 핵심가치는 건강과 환경, 배려 세 가지다. 올해 초 수립된 제3차 식생활교육기본계획은 식생활을 건강 차원을 넘어 농업과 환경, 사회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기여하는 개념으로 확장한 ‘지속가능한 식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산업계 역시 식생활교육에 적극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어류나 연체동물 등은 건강한 단백질원으로 꼽히며 해조류도 건강한 식재료로 손꼽힌다. 더불어 수산물 생산·유통·소비과정에서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식생활과 생산자와 환경을 배려한다는 측면 역시 수산물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다.

해양수산부에서도 ‘우리 수산물 영양교육’이나 ‘건강한 수산물 밥상 캠페인’, ‘수산물 식습관 만들기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교육을 위한 콘텐츠나 홍보방식 등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탁명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연근해에는 굉장히 다양한 수산물이 있는데 아이들이나 학생들은 물고기나 해조류의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미래 세대가 우리 수산물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산물과 친해질 수 있도록 민·관이 식생활교육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알배기를 선호하는 소비습관 등은 바다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래 세대는 지속가능한 수산물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이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상품·조리법 개발·보급 필요

국내산 수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산물 상품과 조리법의 개발·보급 필요성이 제기된다.

수산물은 위생·안전관리의 어려움과 조리 시 전처리에 많은 시간이 투입된다는 점, 섭취 이후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 문제 등은 수산물 소비 확대의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수산식품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HMR상품을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전통적인 조리방법 외에도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TV예능프로그램인 ‘고교급식왕’에서는 유명 요리연구가가 학생들과 함께 급식메뉴를 개발해 방송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같은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발전한다면 미래 세대인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산물 조리법을 개발·홍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헌동 부연구위원은 “국내산 수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기피하는 이유를 찾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생선비린내 제거기술이나 뼈 연화기술을 이용한 구이류, 광어 연육을 이용한 어묵제품 등을 잘 활용한다면 국내산 수산물 소비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산업 경쟁력 제고 병행돼야

국내산 수산물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산 수산물은 개도국이나 저개발국에 비해서는 위생이나 안전성이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피쉬프렌즈국가를 중심으로 한 수산선진국에 비해서는 열세다. 특히 수산업 선진국은 어획후관리기술을 고도화시키면서 이제 어체 표면이 공기와 접촉해 발생하는 산패까지 억제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개도국이나 저개발국은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수산선진국은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산자원이 줄어드는 가운데 노동집약적인 생산구조가 이어지고 있어 수산물 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어가 경영은 오히려 악화되는 상황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의 인식은 빠르게 변화했지만 생산·유통과정에서는 전근대적인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보니 국내산 수산물의 품질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어업은 개도국이나 저개발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산선진국에 비해서는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신토불이’와 같은 말들이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국내산 선호 심리에 기댈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수산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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