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초동대처가 피해 키워
피해농가 자립 위한
복구비·작목전환비 지원 시급

[농수축산신문=이남종·이문예 기자] 

“이번에 과수화상병으로 2000평(6600㎡) 과수원 내 사과나무 431그루를 전부 매몰했습니다. 40년 사과 농사 지으며 과수화상병이 이렇게 무서운 병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충북 충주에서 40년간 사과 농사를 지어온 홍용기 씨는 이번 과수화상병 확진으로 지난달 26일을 전후해 농장 내 사과나무를 전부 매몰 처리했다.

홍 씨는 “이파리가 탄 것처럼 변해 충주시농업기술센터에 전화했더니 과수화상병이라며 ‘전부 매몰해야 한다’고 했다”며 “올해 과수화상병 보상단가가 지난해보다 더 낮을 것이란 이야기가 많던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난해처럼만 보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충주에서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또 다른 농업인 장병산 씨도 과수화상병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는 미흡한 초동대처가 피해를 더 키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장 씨는 “충주 산척면의 130여 사과 농가 중 현재 25농가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간이검사에서 양성 또는 농진청의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라며 “지난해에도 과수화상병이 돌았지만 빠른 초동대처로 57농가 매몰에 그쳤는데, 올해는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확진 판정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몰하는 바람에 근처 농가로 빠르게 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사과연합회도 지난 2일 성명서를 내고 피해 농가에 대한 신속한 대책 수립과 정부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철선 한국사과연합회장(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은 “과수화상병 방지 대책을 소홀히 할 경우 국내 과수산업이 붕괴될 수 있어 신속한 보상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피해농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피해보상·복구비, 작목전환비 등 현실적이고 충분한 지원책을 수립해 신속히 지원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충주를 중심으로 한 87개 농장, 총 48.7ha에서 과수화상병 확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충주 67개, 안성 10, 제천 7, 음성,1, 천안 1, 익산 1개 농원이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5월에서 6월에 발생하는데 최근 내린 비와 발병 적합한 25~27도의 기온 탓에 예년에 비해 크게 확산되고 있다.

5월 발생빈도를 보면 2018년 2개 과원에서 지난해 9개 농가로 늘었으며 올해 들어서는 82과원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진, 정부는 주의단계를 경계단계로 상향조정 하는 등 대응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그동안 발생이 없었던 전북 익산시에서도 1건이 확진됐으며 최대 사과 주산지 중 하나인 경북 영주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전국적 유발이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관할부처인 농진청은 비발생 지역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고 의심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병해충 위기단계별 대응조치’에 의거해 지난 1일부로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조정했다. 향후 과수화상병이 실제 전국적으로 확대돼 ‘심각’단계로 올라가면 관련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로 이관돼 위기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김경규 농진청장은 “세계적으로도 방제기술이나 방제약제가 개발되지 않은 과수화상병의 추가확산을 막기 위해 가용한 연구역량을 집중하겠다”며 “특히 과수화상병으로 인한 폐원 손실보상금 규정도 현실화하는 등 예산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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