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시·군지부장이 연합사업을 비롯한 농산물 유통, 농정 관련 업무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죠. 이런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 지역농협 조합장은 농협 사업구조 개편 이후 친(親)은행 성향과 경력을 가진 이들이 시·군지부장으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아진 탓에 경제사업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 아쉬움이 크다고 푸념했다.

한 예로 최근 모 지역농협은 지역 내 군부대에 몇 십 년간 지역 농산물을 납품해오다 올해 군납을 포기했다. 해당 지자체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사태 파악에 나섰는데, 알고보니 일정 비율로 정해진 로컬푸드 납품량을 맞추지 못해 해당 농협이 납품을 포기한 것이었다.

농협 내 관계자는 이를 두고 “경제사업에 대한 시·군조합장의 적극성이 결여된 결과”라며 “이 사례뿐만 아니라 사실상 농촌지원단장이 모든 일을 결정하도록 하고 시·군지부장은 은행 영업에만 몰두하는 곳도 종종 있다고 들었는데 이는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취재원 중에는 친은행 시·군지부장 인선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역 조합과 중앙회와의 가교역할의 부재를 꼽는 이들도 많았다. 시·군지부장이 지역농협 조합장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지역 현안의 해결을 위해 중앙회와 조율하는 역할도 해야 하는데 일부 지부장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은행 측의 자리지키기와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 부문 실무자들의 소극적 태도, 보신주의에서 기인하는 면이 크다. 특히 시·군지부장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해도 승진에 있어 특별히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보니 굳이 자원하는 일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시·군지부장 업무의 대부분이 농산물 유통이나 농정 관련 업무인 상황에서 친은행 지부장 인선에 대한 내부 문제의식이 없다는 점은 무엇보다 아쉬울 수밖에 없다. 농협의 정체성이 견고하게 자리할 수 있도록 시·군지부장의 역할론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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