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4년째를 맞고 있는 농산물 도매시장내의 전자경매가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과일류의 경우 아예 전자경매를 시행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가락동 도매시장의 전자경매율은 시행초기인 2000년 57.7%에서 지난해 38.5%로 떨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들어 더욱 심화돼 지난 10월 현재 전자경매율은 채소류 63.2%, 과일류 27%에 불과했다.

특히 사과·포도·단감·배·복숭아·딸기 등 과일류의 경우 전자경매율이 대부분 10%를 넘지 못하거나 아예 시행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과일류가 채소류에 비해 전자경매율이 낮은 이유는 품목마다 경매 등급이 많아 경매시간이 지연돼 중도매인들의 납품시간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과잉 현상과 소비 부진으로 과일 시세가 하락한 상태에서 시세 보전이 어렵고, 특·상품 위주로 구매함으로써 중하품의 처리도 원활하지 못하다.

이와함께 품목별로 중도매인이 전문화돼 있는 채소류와 달리 과일류는 한 중도매인이 여러 품목을 구매하는 성향이 커 자연적으로 경매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배수범 서울청과 과실부장은 “새벽경매의 경우 중도매인들이 유통업체의 납품시간에 맞추기 위해선 5시 이전에는 경매가 종료되야 하나 일일히 등급별로 전자경매를 시행하다보면 희망시간을 맞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희령 상일청과 사장도 “시행 초기에 비해 전자경매에 대한 중도매인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 상태여서 경매시간 지연만 해결된다면 굳이 전자경매를 꺼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매장이 협소해 전자경매 시스템 설치 구역 이외의 채소경매장 외곽이나 반입장·배송장 복도, 도로변 등지에 상품 적치가 불가피 하며, 응찰기 전송 주파수 장애 등 전자경매 시스템 자체의 에러가 수시로 발생하는 것도 해결돼야 할 과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시장관계자들은 감귤·단감 등 등급이 세분화돼 있어 경매 건수가 많은 품목에 대해서는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거나 센터 경매를 인정하는 등 신축적인 운영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홍권 중앙청과 상무는 “경매시간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경매 건수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등급이 세분화된 품목의 경우 유통주체들간의 협의를 통해 센터 경매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중도매인들을 품목별로 전문화·규모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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