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안양대학교 일반대학원장/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농협중앙회는 이성희 회장 취임 이후 농협 농산물 유통사업 혁신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삼고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유통대변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농협은 현장 중심의 유통 혁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바른유통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도출하고 있어 산지는 물론 소비지 유통을 포괄하는 다양한 개선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협 유통사업이 문자 그대로 올바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먼저 농협의 유통사업 혁신은 기존 사업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바탕으로 그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지금까지 수차례 유통개혁관련 위원회 혹은 태스크포스가 만들어 졌으나 아직까지 그 성과가 지지부진한 것은 농협 유통사업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부족한 상태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그럴듯한 사업만을 나열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혁신 방안 논의에서는 농업인 조합원 실익 제고라는 관점에서 기존 사업 전체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성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조직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없는지, 타 사업과 중복돼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사업은 없는지, 고 비용·저효율 구조로 운영돼 막대한 적자를 보는 사업은 없는지 등을 냉철히 분석해 개선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양한 신사업 도입과 함께 불필요한 사업의 정리라는 관점에서 농협유통사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현재 농협경제지주와 회원조합이 무질서하게 경합하는 사업도 일정한 룰에 의해 재편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회원조합 판매사업을 우선하되 광역의 연합사업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경제지주가 참여하는 등 유통사업의 추진 원칙이 명확하게 확립돼야 할 것이다. 
 

온라인 판매 확대는 포스트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농협의 온라인 사업은 전통적인 사업방식과는 다른 혁신적인 사업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 과거와 같이 농협이 단순플랫폼만 제공하는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농협도 온라인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농협이 온라인 판매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확보는 물론 전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독립 자회사화 등 다양한 조직 유형을 고려해야 한다. 적자에 따른 자본 확충과 창의성 높은 경영시스템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존 농협경제지주 조직에서 분리한 독립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사업 확대와 더불어 기존 오프라인 매장들도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매장 형태가 새롭게 개발·도입돼야 할 것이다.    
 

농협 경제사업을 논할 때 늘 아쉬운 부분은 농협이 금융사업과 유통사업의 시너지를 잘 살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동안 금융점포에 신토불이 창구를 개설해 금융점포를 농산물 판매채널로 활용하고자 했으나 상품관리의 어려움과 금융점포 직원들의 의식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앞으로는 IT기술을 활용해 농협 금융점포를 우리 농산물의 홍보·판촉은 물론 온라인 판매 기지로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금융 점포 내에 다양한 우리 농축산물의 홍보판과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키오스크를 설치함으로써 농협 온라인몰의 판매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농협 금융점포들도 농업, 농촌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 고객을 확대하는 윈윈의 효과도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농협이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려면 단순한 원물판매가 아닌 고부가 가공품의 개발과 판매가 필요하다. 고부가 가공제품을 개발하려면 충분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하나 현재 농협은 연구개발 능력이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소스류, 술, 가정간편식(HMR)과 같은 고부가가치 가공제품을 개발·판매하기 위해서는 식품 R&D(연구개발)센터 설립과 같은 적극적인 투자와 활발한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구태의연한 대책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혁신 방안을 제시해 농협 유통사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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