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식량부족·환경문제 '대체육' 성장세

[농수축산신문=홍정민·안희경·이호동 기자]

대체 식량 필요성 대두
2022년 시장규모 58억 달러 전망

변화·추이 주목… 위기의식 가져야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중략)...내 다리를 물어뜯은 개가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묶이고 있어. 그 개의 꼬리털을 태워 종아리의 상처에 붙이고, 그 위로 붕대를 친친 감고, 아홉살의 나는 대문간에 나가 서 있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중 일부이다. 미래 인구 증가와 식량부족, 환경문제로 인해 대체 식량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면서 식물성 고기, 배양육, 인조계란 등 동물성 단백질을 모방한 대체 식품이 회자되고 있다.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 202250억 달러 넘어

리포트 바이어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430억 달러에서 202258억 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대체육 분야가 향후 블루 오션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대체육 관련 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미 소고기 패티의 맛, 냄새, 식감 등을 재현한 식물성 패티를 대량생산해 공급하고 있는 임파서블 푸드와 콩, 완두콩, 이스트 등을 이용해 닭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닭고기 스트립을 생산해 인기를 끌고 있는 비욘드 미트등 미국 기업은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식물성 고기는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와 비슷한 형태와 맛이 나도록 제조한 고기를 의미한다. 또한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채취한 뒤 세포 공학 기술로 배양해 생산하는 식용 고기를 말한다. 상용화를 위해선 보다 높은 수준의 생명공학과 조직 배양, 대량생산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준채식주의자가 채식주의자보다 식물성 고기 관심 더 높아

그렇다면 이 같은 대체육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은 어떨까?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체축산식품에 대한 관심도는 5점 만점 기준으로 식물성 고기(3.28)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 식물성 계란(3.01), 배양육(2.78), 곤충식품(2.41) 순으로 나타났다. 식물성 고기와 식물성 계란은 관심이 있거나 매우 관심이 있는 응답자의 비중이 각각 45.8%, 32.7%인 것으로 나타나 비채식주의자도 관심을 가지는 품목인 것을 알 수 있다.

채식주의자 여부에 따른 대체축산식품에 대한 관심도는 전반적으로 채식을 더 많이 하는 소비자일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준채식주의자가 채식주의자보다 식물성 고기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 조용한 준비 필요할 때

축산업계는 아직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변화의 추이를 주목하며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과 대체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최성호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는 현재 배양육이나 식물성 고기에 대한 연구는 복지나 건강한 먹거리 보다는 사업적 가치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이들 대체육에 대해서는 거품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일부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을 전체 소비자들에게 일반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이어 사실 배양육에 대한 기술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막에서도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기술이나 세계적으로 사용이 안되는 땅에서 가축을 키우는 기술 등을 개발해 보다 효과적으로 축산물을 생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축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며 대체육 시장에 논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체육 기술의 발전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휘 전국한우협회 전북도지회 청년분과위원장은 미국에서는 3D프린트로 생산한 닭고기 메뉴가 레스토랑에서 판매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먼 미래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술의 흐름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이러한 대체육의 흐름과 기술에 대해 생산자들도 관심을 갖고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산자 단체의 관계자는 대체육의 성장과 발전에도 주목해야 하지만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공격의 수단이 될까 걱정이라며 대체육이 상용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축산업계도 대체육 시장에 관심을 갖고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며 조용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체육 국내 사례]

국내 기업들도 최근 세계적 추세와 소비자 인식 수준 등에 발맞춰 대체육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며 다양한 제품을 출시 중이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 두 곳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 지구인컴퍼니지구의 건강 위한 대체육 개발

지난해 10월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UNLIMEAT)’를 공식 론칭하고 국내 대체육 시장에 뛰어든 푸드테크 스타트업 기업 지구인컴퍼니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구인컴퍼니는 크기가 작거나 살짝 흠결이 있어 창고에 쌓여가는 농산물 재고를 활용해 소고기 대체 육류인 언리미트를 개발하게 됐다.

대표 제품으로는 언리미트 슬라이스<사진>’, ‘언리미트 만두등이 있고 이 제품들은 식물성 재료로 동물성 고기의 맛과 식감, 향을 재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소고기 대체육으로 개발된 언리미트 슬라이스의 경우 얇은 소고기 목심을 구현했으며 슈퍼푸드로 주목받고 있는 퀴노아, 병아리콩, 렌틸콩 등으로 주요 영양을 채웠다.

또한 이 제품은 가열 시 마이야르 반응(음식의 조리 과정 중 색이 갈색으로 변하며 풍미가 나타나는 반응)’이 나타나 동물성 고기를 구울 때와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먹는 즐거움의 폭을 한층 더 넓혀주고 고기 보다 더 맛있는 식물성 고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구인컴퍼니의 목표라며 앞으로 식물성 대체육은 소비자들에게 건강과 취향에 따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건강 대체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테이크’, 미트볼 식감 그대로 구현한 베지볼출시

푸드테크 기업 인테이크는 병아리콩, 옥수수, 당근, 그린빈 등 9가지 야채와 곡물로 만든 대체육 이노센트 베지볼<사진>’을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이노센트 베지볼은 풍미, 질감, 육즙 등을 미트볼과 유사하게 구현했으며 강황, 바질, 굵은 후추 등 비건 향신료로 맛을 내 담백한 맛과 향을 나타내고 유탕 시에도 식물성 기름인 해바라기유를 사용해 식물성 대체육의 특징을 살렸다.

또한 이 제품은 비투씨(B2C) 제품으로 정식 출시 전 비투비(B2B) 식재료로도 활용 중이며, 현재 샐러드 전문 업체인 스윗밸런스와 손잡고 비건 샐러드 메뉴로 개발돼 마켓컬리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는 이노센트 베지볼은 9가지 채소로 구성돼 비건과 더불어 일반인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대체육은 더 이상 비건만을 위한 식품이 아니라 건강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하는 식품 섭취의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테이크는 최근 최영진 서울대 식품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쏘이마루컨소시엄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한식용 대체육 식품 개발사업에 최종 선정돼 2022년까지 대체육의 압축성형기술과 식이섬유 분리기술 개발, 다양한 고기의 향미를 구현할 수 있는 소재 개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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