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호성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근래 염소 사육 규모가 커졌고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면서 염소 사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산지생태축산이나 6차 산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염소가 유리한 축종으로 많이 소개되고 있다. 최근 국내 염소 사육 규모는 1만6236농가에서 60만3047마리가 사육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염소사육 60만 마리 시대에 우리가 가진 인프라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소, 돼지 등 타 축종에 비하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사육하고 있는 염소 품종에 대한 연구가 없어 농가 애로가 많고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어 이에 맞는 품종별 사양, 번식, 육질특성 등 종합적인 사육기술 메뉴얼 개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안정적인 종축 공급 체계 구축이 시급하고 대부분 중간상인에 의존하고 있는 생체 유통이 아닌 염소 고기 판매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도 필요하며 이에 따라 염소도 소, 돼지처럼 도체 및 육질등급 기준안을 마련해 염소 도체 및 육질 등급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부족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염소농가의 질병 관리도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염소 치료를 전담으로 하는 수의사는 국내에 극소수이며 염소질병을 진단하는 기관이나 연구자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 단위의 정기 검사는 단 한번 그것도 10년 전에 수행된 것이 유일했다.

현재 국내에 발생하고 있는 염소 질병이 어떤 것들이 있고 얼마나 심각한지 아는 연구자는 아무도 없다.

국내 염소 질병 시장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이유로 단 한 종의 백신도 해외에서 수입되지 못했고 국내 백신도 개발되지 않고 있다. 또한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생제의 경우도 염소에 대한 용량과 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최근 일부 염소 농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설사병인 크립토스포리디움증의 경우 치료제로 알려진 유일한 약제가 국내에서 한 번도 수입된 적이 없어 감염 농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일은 이와 같은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 
 

왜 이렇게 염소가 제도적인 지원과 관심을 받지 못했을까?

이전까지 사육규모가 작았던 이유도 있지만 법적인 문제도 한 몫을 했었다. 2017년까지 축산법에서 정한 가축의 분류에서 면양과 염소는 하나로 묶여서 염소의 비중이 크지 못했으나 국내 염소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정하면서 염소와 면양이 비로소 분리됐고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국내 재래 흑염소 혈통 보존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고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의 염소 구제역 백신 항체양성률이 높은 수준이라는 발표는 염소의 구제역 관리를 위해 염소 농가의 경우도 300마리 미만 규모 염소농가에 대해 수의사가 백신 접종을 지원해 주었던 노력의 결과이고 올해부터는 주사접종이 어려운 염소에 대해 백신접종에 필요한 포획인력과 접종비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한 것은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하겠다.

또 다른 소식은 한국염소산업발전연구회와 동물약품 기업이 함께 참여해 염소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노력을 시작으로 국내 염소에 사용되는 다양한 백신 개발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질병 연구에 대한 것으로는 가축 질병 연구를 기획하는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서 일부 염소 질병을 포함해 연구과제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염소의 질병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인 일이라 하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친환경 축산에 가장 잘 부합되는 염소 산업이 안정적으로 잘 정착돼 축산의 한 부분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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