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밝금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농업연구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길고 긴 장마가 이어지고 여름다운 더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조심스레 여름휴가를 떠나는 분위기이지만 그 설렘만큼은 마스크로도 가리기 어려운 것 같다.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일은 아마도 수박일 것이다. 요즘은 시설원예가 발달해 과채류들이 계절을 잊고 생산, 유통되고 있어 제철 과일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이지만 그래도 ‘여름 과일’ 하면 시원하고 아삭한 ‘수박’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수박은 성질이 차고 90% 이상이 수분이라 땀을 많이 흘리고 갈증이 나는 여름에 최고의 과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고당도 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면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당도 높은 과일을 사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당도 과일을 중심으로 가격 프리미엄도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과일을 선별할 때에는 눈으로 살펴보고 손으로 만져 상태가 좋은 과일을 골라내거나 표본 과일을 시식해 보고 우수한 농산물을 찾아내야만 했다. 예전에 수박을 살 때면 삼각형 모양으로 조금 잘라내 먹어보고 샀던 경험들,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과일을 고르는 것은 부위별로 맛이 다른 농산물의 특성상 대표성이 떨어지는데다가 소비자나 판매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맛이 있고 없음이 결정되고 무엇보다 과일을 잘라보고 선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비파괴 당도 선별기의 보급으로 과일을 훼손하지 않고도 빠르게 당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비파괴 당도 선별기는 과일을 하나씩 선별기에 올리면 센서를 통해 무게, 당도가 측정돼 기준을 통과한 과일이 무게별로 분류되는 기계이다.

이 기술은 사과, 배, 복숭아, 만감류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여름철 수박, 복숭아 등을 선별하는 데 많이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각 지역 거점 농산물유통센터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등에서도 이 기계를 이용해 당도 높은 과일을 골라 판매해 소비자들은 더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당도 높은 과일을 선별하고 구매하는 과정이 편리해졌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농진청은 기존의 과일 비파괴 선별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스템의 성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최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적용한 것으로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기존 비파괴 당도 선별시스템이 당도 보정을 위한 과일 착즙을 최소화해 검·교정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보다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당도를 선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맛있는 수박 고르기’ 여름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찾아보는 내용일 것이다. 꼭지가 싱싱한지, 무늬가 선명한지, 두들겼을 때 소리가 어떤지, 수박 한 통을 고르기 위해 한참을 서서 수박을 들었다 놨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도 선별’ 스티커가 붙어서 나오니 맛없는 수박에 대한 소비자의 고민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그만큼 국산 과일 당도 선별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높아졌다. 앞선 선별 기술로 좋은 과일이 유통되고, 우리 과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진다면 소비 촉진은 물론 농업·농촌 활력 제고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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